ADVERTISEMENT

<세기말을읽자>中.東아시아 시대는 오는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일본의 저명한 경영컨설턴트인 오마에 겐이치는.국가의 종말'(한.언 刊)에서 근대국가를 죽음을 기다리는 공룡에 비유한다.다국적기업.거대자본이 국경을 넘나들면서 경제주체가 국가에서 지역단위로 옮겨간다는 것.하버드대 새뮤얼 헌팅턴교수도 .문명의 충돌'(김영사 역간 예정)에서 지구촌의 장래를 중국.이슬람등 주요 문명권들의 경쟁과 갈등으로 해석한다.
그렇다면 현재 가장 주목받는 지역은 어디일까.미래학자들은 주저없이 동아시아를 1순위로 꼽는다.놀라운 경제성장과 무궁한 잠재력 때문이다.금세기초 저개발.빈곤의 대명사였던 이곳이 성장.
번영의 선두주자로 각광받고 있다.
가장 긍정적인 학자는.메가트렌드 아시아'(한국경제신문사)의 저자 존 나이스비트.“현재 아시아의 움직임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태 발전이다”고 단언한다.2000년이 되기까지 아시아의국민총생산(GNP)이 유럽연합의 두배,전세계의 3분의1에 이르면서 미국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를 것으로 진단한다.세계석학들의 진단을 모은.21세기 예측'(매일경제신문사)은“경제발전의 승리로 인식되는 아시아의 발흥은 모든 인류에 이익이 될 것이다”고 확언한다.이들이 한결같 이 꼽는 아시아의 저력은 ▶높은 저축률과 투자율▶신속한 제품개발▶수출률의 고조▶자녀교육 열기등 네댓가지.최근에는 경제적 요인보다 문화적 요인에 관심이높아지고 있다.
이런 면에서 유교와 경제성장의 함수를 천착한 전문가 10명의글을 모은.공자의 경제학'(한세)이 관심을 끈다.필자들은 프로테스탄트 윤리가 자본주의를 꽃피운 반면 유교가 동양의 발전에 걸림돌이 됐다는 독일 사회경제학자 막스 베버의 가설에 반기를 들며 교육과 공동체정신을 강조하는 유교의 긍정적 요소들의 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한다.나아가 서구의 산업화과정에서노출됐던 환경파괴등의 모순과 재앙을 극복하는 지혜를 동양의 뿌리 깊은 전통사상에서 찾고 있다.
반면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영국 인디펜던트지 편집차장 해미시맥레이는.2020년'(한국경제신문사)에서“동아시아의 대성공은 눈부시지만 그 성공의 기초가 쉽게 날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한정된 수출품,북미시장에 대한 높은 의존,취약한 간접자본,교육의 독창성 부족으로.취약한 호황의 지속'이라고 규정한다.미국 스탠퍼드대 폴 크루그먼 교수는 한 논문에서“자본과 노동이라는 자원의 총동원에 의존한 아시아경제는 생산효율의 개선이 없으므로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 미쓰비시종합연구소도.아시아경제의 선택'(나남출판)에서 크루그먼에 다소 공감하면서 ▶아시아의 안전유지▶규제완화▶기술인재 양성▶사회인프라 정비▶환경보전등을 과제로 들고 있다.
미국 사회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가족중심의 윤리관에 회의적이다.“경제의 승패는 사회 구성원의 신뢰도와 연대감에 달려있다”고 역설한 .트러스트'(한국경제신문사)에서 그는 특히 가족외의 집단을 좀처럼 믿지 않는 중국과 한국의 한계를 꼬집는다.가족중심의 거대기업이 지배하는 사회는 연대감이 빈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
반면 미국 대학에서 강의하는 김연석.구형건교수는.21세기 한국경제 비전'(매일경제신문사)에서 “우리의 고유한 가족제도를 계승.발전시켜 고실업.재정적자.청소년범죄로 시름하는 서구의 전철을 밟지 말자”고 제안한다..W이론을 만들자'( 지식산업사)의 저자 서울대 이면우교수도 우리의 고유한 경험과 전통에 기초한 한국형 산업문화를 부르짖는다.개성이 살아숨쉬는 철학이,현실에 맞는 전략이 있어야 국제경쟁에서 아류(亞流)로 전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정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