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찰라비 잘라 버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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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라크 전쟁을 전후로 미국의 전폭적 지지와 지원을 받아 온 아마드 찰라비 이라크국민회의(INC)의장이 버림받았다. 미국의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지난주 찰라비에 대한 지원 중단에 합의했다고 영국과 아랍 언론들이 19일 일제히 보도했다.

미국은 2002년 찰라비에게 매달 33만5000달러(약 4억원)를 지급하기 시작, 모두 2700만달러를 지원했다. 예산은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에서 나왔다. 국방부가 공을 들인 이유는 우선 그가 이끄는 이라크 망명단체가 사담 후세인 통치 당시 미국의 접근이 어려웠던 정권 내부정보를 가져다주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바그다드가 함락된 뒤 친(親)후세인 인물 1500명의 명단을 미군에 제공, 후세인의 통치기반이었던 바트당 세력을 제거하는 데도 큰 기여를 했다. 더구나 그는 미국 매사추세츠대 공대 출신에, 서구 금융가에서도 근무했던 친서방 인물이어서 자연스럽게 미국과의 유대가 끈끈해졌다. 그가 한때 이라크의 차기 대통령감으로 거론된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그러나 전후 복구과정에서 그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났다. 우선 찰라비가 제공한 '후세인의 대량살상무기(WMD) 정보'가 문제가 됐다.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다"고 한 그의 주장이 미국이 전쟁에 돌입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으나 그게 사실로 입증되기는커녕 거꾸로 미국을 궁지에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1992년 요르단에서 6000만달러에 달하는 금융사기 사건을 일으켜 결석재판에서 징역 22년을 구형받은 전력도 그를 괴롭히는 과거다. 미국이 결정적으로 실망한 것은 지난해 9월이다. 찰라비가 유엔 회의에서 "미군의 이라크 내 전후 치안 회복 활동이 부진하다"고 비판했기 때문이다.

런던.카이로=오병상.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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