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명 조련사 ‘김 교수 vs 김 교수’ 공연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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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1.‘엄마’=바이올린 연주자 김남윤(59·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15일 밤을 뜬 눈으로 새웠다. 제자 신현수(21)씨가 프랑스 파리에서 롱티보 콩쿠르 결선에 진출한 날이었다. “16일 새벽 현수가 전화를 했어요. 2등도 없는 1등이라고요. 아침 내내 전화를 붙들고 울었죠.” 김 교수는 눈물이 많은 스승으로 통한다. 국제 콩쿠르에 나간 학생들이 혼자 외국인들과 맞설 생각을 하면서 가슴 졸이고, 학생들의 좋고 나쁜 소식에 함께 웃고 운다. 학생들이 “엄마나 다름없는 선생님”이라고 하는 이유다.

#2.‘실전형 선생님’=한국예술종합학교 김대진(46·피아노) 교수는 학생들의 무대 리허설을 챙기기로 유명하다. 제자 김선욱(20)씨가 협연하는 날 오전부터 그는 일정을 쪼개 예술의전당에 들른다. 레슨실이 아니라 실전 무대에서 학생의 특성을 파악하려는 것이다. “학생의 실제 연주 모습을 한 번 보는 것이 레슨 1년 한 효과와 비슷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래서 ‘실전 무대형’ 선생님이다.

김남윤·김대진 교수는 한국 음악계의 양대 명조련사로 불린다. 김대진 교수가 유학 경험이 없는 김선욱씨를 세계 최고 권위의 리즈 콩쿠르에서 2005년 우승시킨 데 이어, 김남윤 교수 역시 ‘토종’ 학생 신현수씨를 며칠 전 롱티보 콩쿠르에서 1위에 올려놨다. 이들은 다음 달 20일(김대진의 음악교실’)과 23일(‘화이트 크리스마스’) 각각 제자 40명, 150명과 함께 서는 이색적인 무대를 잇따라 연다.  


◆인정과 열정=신현수의 언니인 신아라(25)씨 역시 김남윤 교수에게 배우고 있다. 김 교수와 신씨는 악기 한 대를 나눠 쓰는 사이다. 집안 형편이 어려운 자매 바이올리니스트를 위해 김 교수가 자신의 악기를 내어준 것이다. 둘 중에서 연주 일정이 있는 사람이 악기를 쓰는, 사제지간의 이색적인 풍경이다.

악기뿐이 아니다. 김교수는 1996년 이 자매를 처음 만나 지금까지 무료로 레슨을 해주고 있다. 이들뿐 아니라 어려운 형편 때문에 재능이 아까운 아이들은 기꺼이 무료로 레슨을 해준다. 자신의 집으로 불러 레슨을 시키고, 거기에서 몇 시간이고 연습을 시킨 후 다시 레슨을 한다.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학생의 성격을 파악하고, 그 성격이 드러나는 음악을 손봐 주는 것도 김 교수만의 교수법이다. 신씨는 “선생님의 특별한 인정과 열정 때문에 열심히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좋은 학생이 많이 배출되는 것일 터”라고 설명했다.


◆연주가 교육의 자산=김재원(20·한국예술종합학교 2)씨는 2년 전 김대진 교수와의 첫 레슨을 기억하고 있다. “쇼팽의 소나타 2번을 치는 동안 선생님은 앉았다 일어났다, 바싹 다가왔다 물러났다 하면서 저를 관찰하시더라고요.” 연주 자세와 건반을 누르는 습관 등을 면밀히 보기 위해서였다. 김씨는 “제자를 오차 없이 정확하게 파악하는 스승”이라는 표현을 썼다.

김 교수가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은 ‘실전’이다. 그는 “연주 제의가 들어오면 제자와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본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김 교수의 제자들은 그와 함께 두 대의 피아노로 하는 듀오, 한 대의 피아노에서 하는 포 핸즈(four hands) 등의 무대를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이들의 명성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의 도약과 함께 만들어졌다. 이 음악원은 설립 15년 만에 국내외 콩쿠르에서 170여 명의 1위 입상자를 배출했다.

교수들의 국내외 연주와 외부 활동에 제한을 두지 않아 연주와 교육 간의 시너지 효과를 거뒀다. 다음 달 사흘 간격으로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제자 음악회는 이러한 효과를 증명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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