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문예지 잇따라 창간-상업성 배격 문학불황 정면돌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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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문학 역시 지독한 불황인데도 불구하고 새해들어 새로운 문예지들이 속속 창간되고 있다.출판시장 저조와 상업문학 범람으로 문학의 위기,나아가 심미적 이성의 마비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서 이를 정면 돌파하려는 문인과 문학단체들의 움직임이 문예지 창간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총리까지 지내고 현재 이수그룹 회장으로 있는 소설가 김준성씨는 종합문예지.문학과 인식'창간호를 2월 중순께 선보인다.53년.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김씨는 알게 모르게 꾸준히 다섯권분량의 소설을 써 책으로 펴내왔다.그런 김씨가 금융계와 행정부의 고위직을 역임하며“문학에만 전념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우리문학발전을 위한 새로운 장을 마련하는 일을 통해 얼마만이라도 보상하기로 결심”하고.문학과 인식'을 창간하게 된 것이다.
“문학이 개인과 사회의 근원적이고 존재론적이며 미학적인 문화현상이라고 한다면 오늘날과 같은 상업주의적인 대중문화의 범람은세기말적 현상”이란게 발간사를 통해 밝히게 될.문학과 인식'의현 문학에 대한 진단이다.때문에 이 문예지는 문 단 내부의 이념적 차이나 계파적 요소를 초월해 문학 전문적인 역량을 모두 모아 문학과 인간의식을 파괴하는 비문화적인 외부현상과 맞서는 것,즉 상업.사이비문학을 철저히 배제하고 본격문학 진작을 내세우고 있다.또 이수그룹 차원에서 운영 ,문예지 최고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원고료도 약속하고 있다.월간.계간.반년간등의 간기(刊期)는 창간 이후에 정할 예정이다.문학평론전문지.한국문학평론'은 계간으로 다음달 중순께 창간호를 낸다.이 문예지는 평론가 1백여명을 회원으로 둔 한국문학평론가협회와 범우사,그리고 중진문학평론가 임헌영씨가 연합해 꾸려나가게 된다.
“예술뿐만 아니라 자유민주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평의식인데 어떻게 된게 우리 사회와 예술은 민주화.다양화되면 될수록비평은 위축되고 있다.이는 민주주의의 사법부 기능에 마땅한 비평이 상업주의에 속수무책 함몰되고 있기 때문”이라 는게.한국문학평론'주간 임헌영씨의 진단이다.때문에 이 문예지는 이념이나 다양한 문학관은 다 수용하되 문학다운 문학만 엄밀히 가려 옹호해 나가게 된다.이를 위해 시.소설 계간평을 매호 게재,정선된평론가 팀으로 하여금 3개월동안 발표 된 작품을 철저히 객관적으로 분석.평가해 우리 시대 문학의 기준을 제시해나가게 된다.
한편 월간.문학사상'을 펴내고 있는 문학사상사는 문학의 핫 이슈를 그때그때 총체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잡지와 단행본 성격을동시에 갖는 비정기 간행물인.부커진'(Book+Magazine)창간호를 3월께 선보일 예정이다.“문학은 사회 적 실용성의 요구에서도 떠밀리고 감각적 유희성에 대한 관심에서도 뒤처진다.
그럼에도 불구,문학은 여전히 한 시대의 정신이기를 원하며,한 시대의 삶의 방식이기를 원한다”는게.부커진'발행 자세다.
이 취지를 살리기 위해 문학의 논란이나 화제를 입체적.종합적으로 파고들어 사이비는 배제하고 가치 있는 것들은 수용,문학의폭을 새롭게 넓혀 나가게 된다.창간호에선.문학과 섹슈얼리티'라는 가제 아래 장정일씨의 장편.내게 거짓말을 해 봐'로 다시 불붙고 있는 문학에서의 음란성 시시비비를 가릴 예정이다.
이와같이 문학의 존엄성을 내걸고 모든 본격문학 세력을 규합해상업.사이비문학을 가려내며 문학의 위기를 정면 돌파하려는 문예지 창간이 줄을 잇고 있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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