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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자동차 빅3, 사람들 원치 않는 차 잘 만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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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 민주당이 자금난에 몰린 자동차 회사에 250억 달러(약 35조원)를 지원하는 법안을 17일(현지시간) 상원에 상정했다. 금융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조성한 7000억 달러의 공적자금 중 일부를 제너럴모터스(GM)·포드·크라이슬러 등 ‘빅3’와 부품업체에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미 상원 금융위원회는 18일 GM의 릭 왜고너 회장과 포드의 앨런 물랄리 최고경영자(CEO)를 출석시켜 청문회를 할 예정이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이 공적자금으로 자동차회사를 직접 지원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어 이번 회기 중에 법안이 통과될지는 불투명하다.

의회는 이미 미국 자동차업체들이 고효율 엔진과 친환경차를 개발하는 데 250억 달러를 지원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이것으론 운영자금이 거의 바닥난 자동차회사의 도산을 막을 수 없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고위 경영진의 보수를 제한하고 사용처를 철저히 감독하는 조건으로 장기 저리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동차 업계의 구조조정도 요구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은 최근 CBS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자동차 업계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지만 지원책은 장기적 계획의 일환으로 제공돼야 한다”며 “단순히 백지수표를 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세력인 자동차노조는 구조조정에 반대하고 있다.

최근엔 자동차업체에 대한 지원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비판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포브스닷컴은 17일 ‘빅3가 아닌 자본주의를 구제하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포브스는 “1980년대 빅3는 경쟁자가 없었다”며 “그때 노조에 과도한 보장(전직 근로자 의료보험 등)을 한 것이 오늘날 경쟁력을 잃어버린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빅3가 노조에 영혼을 팔아버렸다는 비판까지 했다.

블룸버그의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페섹은 “한국인들은 미국 자동차업체의 구제를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이들이 파산해 경쟁력을 갖춘 업체로 되살아나는 게 더 위협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TV 토크쇼 사회자로 자동차광인 제이 리노의 말을 인용해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가장 잘 만드는 것은 사람들이 더 이상 원치 않는 자동차”라고 비꼬았다.

뉴욕 타임스(NYT)는 17일 “빅3가 무너질 경우 제조업이 큰 충격을 받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외국업체가 미국 내 생산을 늘려 빈자리를 채우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빅3가 없어도 미국의 자동차 산업과 고용이 유지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신문은 “GM이 무너질 경우 포드와 함께 도요타·혼다·폴크스바겐·메르세데스벤츠·BMW·현대기아차 등이 새로운 왕좌를 놓고 경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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