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파업으로 자동차업체간 명암 엇갈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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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노조 파업으로 자동차업계가 심한 몸살을 앓는 가운데 업체간 명암(明暗)도 엇갈리고 있다.
현대.대우.기아등 주요 자동차업체는 그간 전면 또는 부분파업으로 모두 피해를 보았지만 파업의 강도에 따라 그 규모는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12월26일부터 계속된 노조의 파업으로 정상조업이 불가능해지자 10일 오후5시부터 무기한 휴업에 돌입한 반면 기아자동차는 파업 16일만인 11일 근로자 전원이 출근,생산라인을 정상가동했다.
또 대우자동차는 지난해 12월27일부터 4일까지 부분파업한뒤8일부터 정상조업에 들어갔다.대우는 다른 회사와 달리 파업으로생산라인이 완전히 중단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는 파업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업체간 시장점유율도 다소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특히 파업기간을 전후해생산된 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감이 높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파업으로 피해가 가장 큰 곳은 현대자동차.
통상산업부 집계에 따르면 11일 오전10시 현재 현대의 경우파업일수 11일로 생산차질액만 6천6백19억원에 달했다.수출차질액은 1억1천만달러.현대측이 주장하는 매출손실액은 약 4천억원이었다.
여기에 회사측은 노조가 부분파업을 계속할 경우 상당기간 휴업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어서 피해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현대측은 휴업으로 하루 4백60억원의 매출손실이 예상된다고 말했다.게다가 현대는 현재 계약했으나 파업으로 출고를 제때하지 못하는 승용차가 2만여대에 이른다.
이에 반해 대우자동차는 사정이 좀 나은 편.
대부분의 자동차업체가 노동법 개정안 통과 직후인 26일부터 파업에 들어갔으나 대우는 다음날인 27일부터 부분파업에 돌입했다.게다가 지난주 중반부터는 정상조업에 나섰기 때문에 피해가 적은 것이다.대우자동차의 생산차질액은 현대자동차의 21%인 1천4백14억원이라고 통산부는 밝혔다.
대우자동차 관계자는“노사 모두.잘해보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있다”고 말했다.
성재동(成在東)통산부 산업기계과장은“대우자동차의 경우 다른 회사에 비해 파업 강도가 약했다”며“대우그룹 계열사 노조들은 오는 15일까지 파업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기아자동차의 상황은 현대와 대우의 중간 정도.
근로자들은 파업 돌입 이후 처음으로 11일 4시간동안 작업,소하리공장에서 2백50대,아산만공장에서 3백50대등 총6백60대의 자동차를 생산했다.또 기아자동차서비스는 이번 노동법 개정에 따른 파동은 전혀 겪지않고 정상조업하고 있다.
기아자동차노조 간부는“13,14일은 4시간만 근무하는 부분파업을,그 이후는 민주노총 산하 자동차연맹의 지침에 따라 행동할예정”이라고 말했다.기아자동차의 지금까지 생산차질액 규모는 현대의 절반 정도인 3천3백10억원.
이밖에 아시아.쌍용자동차,현대정공등도 2백90억~1천억여원의생산차질액을 보았다.
한편 자동차공업협회가 전망한 올해 내수판매 점유율은 현대 45%,기아 27.1%,대우 14.1%.그러나 장기간 파업으로 업체간 희비가 엇갈릴 경우 이 비율이 다소 변할 전망이다.

<박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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