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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하면 독 …‘완소식품’ 홍삼 제조 비결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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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삼은 인삼(수삼)을 증기로 쪄서 말린 것이다. 원기를 회복시키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며, 면역력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암·스트레스 완화·성기능 개선 효과도 기대된다. 홍삼을 섭취하려면 4∼6년은 기다려야 한다. 효능은 기본적으로 인삼과 같다. 제아무리 ‘완소 식품’이라 하더라도 잔류농약·중금속·식중독균 등 유해물질이 기준치 이상 들어 있으면 ‘독’이다. 홍삼제조회사들이 GMP(우수건강기능식품제조기준)를 도입하는 등 품질·위생관리에 주력하는 것은 보다 안전하고 질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다. 동원 F&B ‘천지인’ 홍삼의 제조 과정을 따라가 보자.

◆100% 국산 수삼 사용=홍삼의 품질·위생은 인삼밭에서 결정된다. 토양·물이 중금속에 오염돼 있거나 제조 과정에서 농약을 사용했다면 안전성·품질은 물 건너간다. 홍삼 제조 회사들이 믿을 만한 농가를 찾는 것은 이래서다. ‘천지인’의 경우 충남 금산·충북 증평·전북 진안 등에서 인삼을 구매한다. 이때 농가에 원산지증명서(국산 여부 확인)와 경작증명서(인삼의 나이 확인)를 요구한다.

잔류 농약·중금속 검사 성적서도 받는데, 대부분의 농가가 이를 갖고 있지 않다. 그래서 구입하기 전 잔류 농약 검사를 한다. 동원 식품과학연구소 신창식 박사는 “식품공전엔 인삼은 36가지 농약 검사를 하지만 우리는 300여 가지를 한다”며 “식품공전에 없는 농약이라도 검사 결과가 약간 높게 나오면 사지 않는다”고 전했다.

◆철저한 세척으로 이물 제거=농가로부터 구입한 인삼은 일단 ‘도원금산임상유통센터’(금산 소재)의 저온 보관실에 반입된다.

이곳은 한여름에도 꽤 추위를 느낄 정도다. 인삼이 입고한 뒤에도 최소 5일 이상 잔류농약 검사를 실시한다. 인삼은 밭에서 재배되기 때문에 농약이 잔류할 가능성이 있다고 봐서다. 만약 인삼이나 홍삼 제조에 HACCP(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를 적용한다면 잔류 농약이 중요관리점(CCP)이 될 것이 분명하다. 본격적인 홍삼 제조 과정은 원료인 인삼을 세척하는 작업부터 시작된다. 인삼에 묻은 흙·이끼 등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인삼을 일단 기포로 불린 뒤 고압의 물로 세 차례 세척한다. 이 과정에서 인삼 표면에 극소량 남아 있을 수 있는 농약도 함께 씻겨 나간다.

◆초고압 식품공법으로 사포닌 다량 추출=세척된 인삼은 비닐로 진공포장된 뒤 ‘동원 F&B 아산공장’(충남 아산)으로 옮겨진다. 여기서 비닐에 싸인 인삼을 큰 수조에 넣은 뒤 3000기압의 초고압력을 10분간 가한다.

포천중문의대 기능성식품과 이부용 교수는 “초고압을 가하면 인삼의 세포막이 파괴돼 사포닌 등 유효성분이 많이 추출된다”고 설명했다. 동원 F&B의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고압 처리를 한 홍삼은 일반 홍삼에 비해 조(粗)사포닌 함량이 약 12% 높고 암 예방에 유익하다고 알려진 사포닌 성분인 Rh2, Rg3 함량이 2∼10배 높다.

압력밥솥은 1기압, 지구상에서 자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압력은 1100기압이다. 그런데 비닐에 싸인 인삼이 3000기압을 버티는 비결은 무엇일까. 신창식 박사는 “포도를 손에 쥐고 압력을 가하면 포도가 터지지만 포도를 액체가 든 용기에 넣고 가압하면 포도가 터지지 않는 것이 초고압의 원리”라고 소개했다.

◆수분 함량 낮아 곰팡이도 생존 못해=초고압 처리를 마친 인삼은 다시 금산으로 운반된다. 이곳에서 인삼을 증기로 찌면 인삼의 색이 갈색으로 변하면서 마치 고구마처럼 변한다. 이때 섭씨 95∼100도의 열이 가해지므로 혹시 인삼 표면에 살아 있을지 모를 유해세균이 모두 죽는다. 인삼을 쪄서 홍삼을 만드는 이유는 홍삼을 장기 보전하기 편해서다. 또 맛과 향도 인삼보다 좋아진다.

세명대 한방식품영양학과 고성권 교수는 “인삼을 찌면 인삼의 전분이 호화(糊化·풀처럼 됨)돼 벌레가 덜 먹는다”고 말했다.

찐 인삼은 잘 말려야 한다. 그래야 딱딱한 홍삼이 얻어진다. 건조 과정은 두 단계로 이뤄진다. 1 단계는 건조기에 넣은 뒤 70도가량의 열을 두 서너 시간 가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마치면 인삼의 수분 함량은 30∼40%로 낮아진다. 2단계는 유리 하우스 같은 곳에 옮겨 두 달가량 햇볕에 말린다. 2차 건조가 끝나면 완전한 홍삼이 된다. 이때의 수분 함량은 15%. 인삼산업법에 명기된 홍삼의 수분 함량이다. 이런 상태에선 세균은 물론 건조에 강하다는 곰팡이도 살아남지 못한다. 이렇게 찌고 말리는 과정을 여러 번 되풀이하는 것도 있다. 9번 찌고 말린다는 ‘흑삼’이 그중 하나다.

◆사포닌의 총량은 인삼과 홍삼이 같다=찌고 말리는 과정에서 인삼의 유효성분인 사포닌(진세노사이드)은 무사할까. 사포닌은 내열성이 강해 홍삼 제조 과정에서 파괴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산업기술대 화학생명공학과 임재각 교수는 “홍삼의 사포닌 종류(34종)는 인삼(수삼, 18종)보다 많다”며 “홍삼 제조 과정에서 사포닌의 당(糖, 포도당·자일로스·아라비노오스 등)들이 끊어져 새로운 사포닌을 만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새로 만들어진 사포닌 중엔 면역력을 강화하고, 항암 효과를 나타내는 Rh2, Rg3도 포함된다. 사포닌의 당을 미생물을 이용해 끊어준 것이 ‘진삼’·‘신삼’이다. 일반인이 흔히 오해하는 것은 사포닌의 양도 홍삼이 인삼보다 많을 것으로 여기는 것이다. 사포닌 총량에 있어 인삼과 홍삼은 차이가 없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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