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조성민씨 ‘친권 회복’ 이렇게 생각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고(故) 최진실씨의 전 남편 조성민씨가 두 자녀에 대한 친권을 회복하려는 것을 놓고 논란이 거세다. ‘조성민 친권 반대’ 인터넷 카페 회원 100여 명은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씨가 최씨의 재산을 노리고 친권 회복을 꾀하고 있다”며 조씨의 친권 포기를 요구했다. 반면 성균관 관계자는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천륜이고 이는 부정한다고 부정되지 않는 것”이라며 현행법상 조씨의 친권 부활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본지는 조씨의 친권 행사에 반대하는 ‘한부모가정 자녀를 걱정하는 진실모임’의 고은광순 운영위원과 친권 부활이 타당하다는 최영갑 성균관 기획실장의 입장을 소개한다. 양측은 친권과 천륜의 의미, 법과 현실을 놓고 팽팽하게 맞섰다.

찬성
“천륜 인정한 현행법률 따라야”최영갑 성균관 기획실장

이혼한 가정에서 한쪽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다 갑자기 숨질 경우 남은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게 되는 것이 친권의 핵심 내용이다. 그런데 최근 조성민씨의 친권 회복 주장에 대해 결코 있을 수도 없고, 인정해서도 안 된다는 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서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것은 법적인 사실과 인간적인 감정 사이의 구분이다.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조씨의 친권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아버지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씨가 친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는 주장은 인간적인 감정에 호소하는 것일 뿐이다. 나 역시 감정적으로 표현하자면 부모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사람에게 친권이 돌아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법은 국가를 유지하는 기틀이다.

부모와 자식은 혈연으로 연결된 자연적 관계다. 그것이 천륜이다. 천륜은 스스로 인정하느냐 인정하지 않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부정한다고 부정되는 것도 아니다. 자녀를 위해 책임과 의무를 다한 부모는 부모로 인정하고, 자녀를 무책임하게 방치한 부모는 부모가 아니라는 주장은 일견 이해는 간다. 하지만 부모와 자녀라는 사실이 변하지는 않는다. 만약 그렇다면 자녀답지 못한 사람은 자녀로서 인정받지 않아야 한단 말인가?

부모건 자식이건 누구나 자기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 인간적인 희망이요, 도덕적 사회의 지향점이다. 인터넷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부모로서의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 친권이 회복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항변하는 사람이 많다. 항변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천륜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천륜을 저버리거나 도덕적 책무를 이행하지 않은 부모는 마땅히 지탄받아야 한다. 다만 바뀔 수 없는 천륜이기에 그 책임이 무겁고 중요한 것이다. 순 임금의 이야기는 유교적 사고를 잘 대변해 준다. 순 임금의 아버지와 계모, 이복 동생은 순 임금을 죽이고 재산과 지위를 빼앗으려 했다. 하지만 순 임금은 지혜롭게 대처했고, 결국 세 사람 모두를 교화시켜 인간답게 만들었다. 순 임금이 부모를 인정하지 않고 버렸다면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성인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고 최진실씨의 유가족과 조씨에 대해 많은 국민이 관심을 갖는 것은 사실 법의 문제도 아니고 천륜의 문제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오히려 자녀들에게 상속된 재산과 그 재산을 누가 관리하느냐의 문제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 필자는 자녀를 양육하고 친권 운운하면서 재산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있다면 지탄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재산 문제가 핵심이 되면 본질이 흐려진다. 그래서 이번 논란은 재산과 결부되지 않은 순수한 부모와 자녀의 친권 문제로 접근하고 해결해야 한다.

최씨 자녀에게 남겨진 재산은 공적인 국가 기관이 보호하고, 자녀들이 성년이 된 후 재산권을 행사하도록 모두 넘겨주어야 한다고 본다. 조씨가 오직 재산에 대해 욕심을 낸 것이라면 부모의 자격이 없는 것이다. 또한 미래의 일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다른 3자에게 재산권을 이양하는 것도 심사숙고해야 한다. 조씨도 최씨의 재산은 모두 포기하고 순수한 부모의 책임과 의무만으로 친권을 주장해야 한다.

자녀의 친권을 포기했던 사람이 다시 친권을 주장할 수 있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현행법에서는 친권이 자동으로 부활된다. 그래서 여론이 원하건 원하지 않건 조씨의 친권은 자동 부활됐다. 부모의 역할을 다하지 않고 도덕적이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친권이 자동 부활되는 게 현재의 법이다. 필자는 현행법의 문제점이 보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인에게 평등한 법이 특수한 경우에만 예외로 적용될 수 없다. 예외를 인정한다면 법이라는 틀 자체가 필요 없게 된다. 사회 혼란만 가중된다. 필자는 특정인을 옹호하고 두둔할 생각이 없다. 친권이라는 것은 포기할 수 없는 것인데 포기했다는 것부터 잘못이었다. 자녀에 대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부모의 도리는 전통적 유교 관념에서도 수용할 수 없다. 하지만 잘못된 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어쩔 수 없이 법을 지켜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사례가 많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번 논란을 계기로 친권을 행사할 능력이나 자격이 규정되고, 국가나 제도적 차원의 장치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반대
“친권 버린 사람에게 또 줘서야”고은광순 ‘한부모 자녀 걱정’ 운영위원

 10월 2일 최진실씨가 세상을 뜬 이후 그녀의 재산은 아이들에게 상속됐다. 하지만 미성년자여서 현행법상 재산의 관리권은 자동적으로 친권을 회복한 조성민씨에게 돌아갔다. 조씨는 아이들을 위해 재산을 투명하게 관리하겠다며 통장의 출납을 정지시켰다. 한 주간지에 보도된 아이들 외할머니의 절규는 많은 사람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애당초 조씨가 빚을 갚아주면 친권을 포기하겠다고 해서 (최진실씨 측에서) 그렇게 해주었다고 한다. 아이들의 성(姓)을 바꾼 것도 법원이 판단해 그리 해준 게 아니었던가. 그런데 법원이 아내와 아이들을 버리고 떠난 자격 없는 남자에게 친권을 곧바로 던져줄 수 있다는 말인가.

친권을 되찾은 조씨가 제일 먼저 한 일은 통장을 봉쇄한 일이고, 이를 관리하던 아이들의 외할머니는 이제 아이들의 병원비도 출금할 수 없게 됐다고 한다. 분노한 네티즌은 지난달 29일 ‘조성민 친권 반대’ 사이트를 만들었다. 네티즌은 법원에 친권 반대 청원을 내고 서명에 들어갔다. 여성학자 오한숙희 등을 중심으로 ‘한부모가정 자녀를 걱정하는 진실모임’을 조직한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인터넷 카페도 개설했다. 친권법의 무책임함과 게으름에 대해 ‘뿔난’ 시민들이 친권법의 개정을 요구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일부에선 조씨가 천륜을 가졌기에 친권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친권 문제는 남녀의 성 대결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관심은 부권이나 모권에 있지 않다. 미성년자인 어린 아이들의 행복이 어른의 부적절한 개입으로 망가질 것이 염려될 뿐이다.

천륜은 부모·형제 사이에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혹은 하늘의 인연으로 정해진 부모와 자식 간에 평생을 통해 오가는 본능적 정을 일컫는다. 우리는 천륜을 부정할 생각이 없다. 그것은 각자 마음 속에 품고 있는 것이며 법이나 제3자가 관여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천륜과 달리 친권은 자녀가 성년(만 20세)이 되면 사라지는 한시적인 권리다. 친권자는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당연히 어버이의 개인적 이익을 위한 권리가 돼선 안 된다. 수년 전 법원이 아이들의 성을 아버지 성에서 어머니 성으로 바꾸어 준 것은 아이들의 복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결정한 것이다. 아버지가 천륜에 어울리는 행동을 하지 않았기에 바꾸어 준 것이다. 법은 폭력, 외도, 도박, 알코올, 성격 파탄, 무능력, 무책임을 이유로 친권을 포기하게 하거나 박탈한다. 그런데 친권자가 사망하면 친권을 갖고 있지 않던 생물학적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어떠한 고민이나 고려도 하지 않고 자동적으로 친권을 부활시키다니, 이렇게 불친절하고 나태한 법이 어디 있는가.

세상의 부모가 모두 자식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바로 천륜의 맹점이다. 천륜을 지키지 않아 구타와 학대, 성폭행, 고소고발, 살인 사건도 일어나는 것이 현실이다. 마음 속 감성인 천륜의 정에 모든 것을 맡길 수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미성년자인 자녀를 위해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마련해놓은 것이 친권이다.

천륜이 못 미더워 만들어 놓은 친권도 허술하게 적용되면 사달이 나게 마련이다. 아버지 사망 후 나온 보상금을 다른 남자와 재혼한 어머니가 친권을 내세워 모두 챙겨간 사례가 있다. 어머니가 남기고 간 보험금을 집 나갔던 아버지가 탕진하고 아이들을 보육원에 보낸 사례도 있다. 친권 남용에 어찌 남녀 구분이 있겠는가. 그래서 법은 법의 남용으로 사회적 약자가 치이지 않도록 사전의 배려는 물론 사후의 서비스까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현재의 친권법은 너무 까칠하다. 게으르다. 무책임하다. 시급히 보완돼야 한다.

성균관이 천륜 관계에 있으므로 친권을 주는 게 마땅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들은 조씨의 친권을 말하지만 사실은 남권의 옹호를 주장하고 있다. 반대로 바람난 여자가 가족을 떠나 재혼한 후 전 남편이 죽었다고 다시 나타나 친권을 요구하고 나선다면 성균관은 절대 천륜을 근거로 그녀의 친권을 옹호하지 않을 것이다. 성균관은 천륜이 소중하다고 생각한다면 천륜의 정을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자를 벌하라고 해야 옳다. 이번에 제기된 친권의 문제는 나쁜 엄마, 나쁜 아빠, 나쁜 며느리, 나쁜 사위로부터 어린 아이들을 보호하려면 친권법이 어떻게 보완돼야 할지를 고민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친권=아버지나 어머니가 미성년자인 자녀를 양육하고 그 재산을 관리하는 권리와 의무를 일컫는다. 친권은 부모가 공동으로 행사하지만 부모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거나 이혼을 했을 때는 가정법원이 친권자를 정한다. 자녀가 만 20세의 성년이 되거나 친권자가 사망하면 친권은 소멸한다.

◆양육권=부부가 이혼한 뒤 미성년의 자녀를 양육할 권리. 민법에서는 부모가 협의해 양육에 관한 사항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협의가 이뤄지지 않거나 생사 불명이나 정신병 등으로 협의가 불가능할 때는 가정법원이 자녀의 연령, 부모의 재산 상황 등을 참작해 결정한다. 나중에 협의 또는 소송을 통해 친권자와 양육자를 변경할 수도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