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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더…기쁨더…] 남자들의 육아 참여는 출산율 높이는 데 필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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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한 거리에서 아빠가 유모차를 끌고 가고 있다. [중앙포토]

일본 국립여성교육회관은 최근 세계 각국의 아빠를 대상으로 12세 이하의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조사했다. 한국 아빠는 하루에 2.8시간을 아이와 함께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국 중 최하위였다. 일본은 3.1시간이었으며 프랑스는 3.8시간, 미국과 스웨덴은 4.6시간이었다.

아빠가 아이와 보내는 시간은 출산율과도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 노르웨이 오슬로대 요르겐 로렌첸 교수는 9월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아빠의 육아 참여는 자녀 수를 결정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합계출산율 1.84명으로 선진국 중 출산율이 최상위인 노르웨이는 국가가 나서서 아빠의 육아를 돕는다. 노르웨이 정부는 1986년 가족아동국 산하에 ‘남성역할위원회’를 만들고 가정 내 아빠의 역할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출산율을 높이려면 남녀 모두 육아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필수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이 위원회가 제안한 ‘아버지 휴가’는 신생아를 가진 아빠가 6주 동안의 유급 휴가를 쓰는 제도다. 노르웨이 정부는 현재 이 휴가를 10주로 늘릴 것을 검토 중이다. 노르웨이에서는 엄마 대신 아빠가 육아 휴직을 하는 일도 흔하다. 1년 미만의 육아 휴직 기간 동안 소득의 80% 이상을 받는다. 실제 노르웨이 아빠의 90%는 아버지 휴가를 사용하고 있다. 18%는 육아 휴직을 하면서 직접 아이를 키운다.

스웨덴은 아빠와 엄마를 양육의 ‘공동책임자’로 보고 남녀 동일한 수준의 부모 휴가와 수당을 준다. 최근에는 아빠의 육아를 장려하기 위해 ‘양성평등 보너스’를 도입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아빠가 육아 휴직을 해서 가족의 소득이 적어질 경우 국가가 일정 부분 현금으로 보충해 주는 제도다.

스웨덴에서는 또 아이가 8세 미만이면 언제든지 16개월의 ‘부모 휴가’를 쓸 수 있다. 휴가 기간 동안은 아빠도 소득의 80%를 받는다. 휴가는 엄마와 아빠가 8개월씩 나눠 쓸 수 있고 특히 두 달은 반드시 아빠가 써야 하므로 ‘아버지달’이라고 불린다. 자녀가 아플 때는 120일까지 휴일을 쓰는 제도도 있다. 스웨덴의 2008년 출산율은 1.80으로 노르웨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1990년대 세계 최하위였던 출산율을 1.89까지 회복하는 데 성공한 프랑스도 2001년 신생아 아빠를 위한 휴가를 도입했다. 14일 동안 엄마와 함께 신생아를 돌볼 수 있는 이 휴가는 현재 프랑스 아빠의 65%가 이용하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대 안 소피 두반더 교수는 8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해 “아빠의 육아를 위한 정책은 성평등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며 “10년 전만 해도 아빠들이 휴가를 잘 사용하지 않았지만 ‘아버지달’과 같은 제도를 만든 이후 사용률이 두 배 이상 높아졌다”고 말했다.

김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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