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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한 방울도 안 쓰고 난방비 절반으로 줄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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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입동(立冬)이었던 지난 7일 오전 서울 신대방동 주상복합아파트 삼성옴니타워의 입주민 김옥순(51)씨 집. 거실 벽면에 걸린 온도계가 섭씨 26도를 가리키고 있다. 화장실의 수도꼭지를 트니 45도의 뜨거운 물이 거침없이 쏟아진다. 281㎡(85평) 규모인 이 집의 지난해 11월 난방비는 9만9190원. 한겨울인 올 1월에는 17만7090원을 냈다.

급탕비까지 포함한 요금이다. 김씨는 “24시간 난방이 돌아가면서 실내 온도가 항상 26도를 유지한다”며 “온도 변화가 없다 보니 감기에 걸릴 일이 없다”고 말했다.

#2. 열병합 지역난방 시스템인 잠실동 주공5단지 권모씨 집(34평)의 겨울철 한 달 평균 난방비는 약 14만원. 2만원 이상 드는 급탕비는 별도다. 권씨는 “난방비를 절약하기 위해 가족이 모두 돌아오는 저녁 시간에야 난방 스위치를 올린다”며 “집안이 더웠다 추웠다 하는 탓에 아이들이 감기를 달고 산다”고 말했다.

삼성옴니타워 주민들의 3년여에 걸친 대체에너지 실험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 80평이 넘는 아파트의 난방비가 30평형대 잠실 아파트의 난방비를 밑돈다. 난방에 기름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는다. 비결은 3년 전 도입한 히트펌프 시스템이다. <중앙일보 2005년 10월 15일자 11면>

냉매를 이용해 더운 공기를 차갑게 만드는 에어컨의 원리를 거꾸로 이용한 것이다. 공기 속에 숨어 있는 열을 끌어들여 저온·저압의 액체상태 냉매를 기화시킨 뒤 압축해 고온·고압 상태로 바꾼다. 이 열을 이용해 물을 데워 난방에 이용하는 방법이다.

그간 히트펌프를 이용해 소규모 난방을 한 사례는 많이 있지만 공동주택 온돌난방에 성공한 경우는 삼성옴니타워가 처음이다. 총 29층인 이 건물에는 상가를 제외한 12~29층에 72가구의 주민이 살고 있다.

서울 신대방동 주상복합아파트 삼성옴니타워 지하 8층에 설치된 히트펌프 난방 시스템. 최정동 기자

2005년 10월 히트펌프 가동식 때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히트펌프 시스템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해 보이지만 전기료가 많이 들고 특히 우리나라처럼 추운 겨울철에는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며 “히트펌프 시스템의 성공 여부는 올겨울이 지나야 판가름 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본지 취재진은 히트펌프를 설치한 지 3년이 지난 이달 초 삼성옴니타워를 다시 찾았다. 우선 관리사무소가 보유한 2004년 10월~2008년 10월 4년간의 관리비 부과 내역서를 분석했다. 도시가스 난방을 하던 2005년 1월 72가구 전체의 난방비(도시가스비)는 1573만3590원.

가구당 평균 21만8522원꼴이었다. 반면 히트펌프 시스템이 정착된 뒤인 지난해 1월의 가구당 평균 난방비는 15만1260원으로, 3년 전의 69% 수준이었다. 2월에는 42.3% 수준으로 더 떨어졌고, 3월에는 52.6%를 기록했다.

임범훈 관리사무소장은 “지난 3년간 히트펌프 난방 요금을 분석해 보니 도시가스로 개별 난방을 했던 때보다 난방비가 평균 45% 절감됐다”고 말했다.
삼성옴니타워의 히트펌프 난방 성공 요인에는 주상복합아파트란 특수성도 있다. 일반 주택이나 아파트와 달리 이곳 공용난방 시스템에는 전기요금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히트펌프 난방 시스템이 정착되기까지는 어려움도 있었다. 설치 첫해인 2006년 2월에는 부품 중 하나인 증발기가 얼어붙으면서 난방이 5일간 중단됐다. 히트펌프를 걷어내고 다시 도시가스 난방으로 돌아가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했다.

입주자대표회의 김무 회장은 “3년 동안 어려움도 경험하며 히트펌프 난방을 운영하다 보니 72가구 입주민이 모두 대체에너지 전문가가 됐다”며 “이제는 우리의 대체에너지 실험 성공이 다른 곳으로 전파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최준영 박사는 “히트펌프 시스템은 효율이 아주 뛰어난 냉난방 시스템으로 일본과 유럽에서는 이미 널리 보급된 상태”라며 “도시가스를 주된 난방 에너지원으로 쓰고 있는 우리나라 공동주택에도 빨리 전기를 이용한 히트펌프 시스템이 도입될 수 있도록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무르익는 그린 홈 프로젝트=대체에너지를 이용한 친환경주택을 건설하려는 움직임은 최근 들어 빠른 속도로 구체화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 6월 강서구 마곡지구에 에너지 수요의 40%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쓰는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에너지타운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소각장의 폐열은 물론 하수열을 이용한 히트펌프 시스템, 수소연료전지 등을 집단 에너지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지난해 7월 입주한 대구시 달성 래미안 아파트의 공용시설 부문에 지열을 이용해 온수와 냉·난방을 공급하는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적용했다. 코오롱건설의 경우 최근 지열을 이용한 히트펌프 시스템을 일반 아파트 난방에 적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올 8·15 경축사에서 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에너지를 사실상 자급하는 친환경주택 100만 호를 공급하는 내용의 ‘그린 홈 100만 호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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