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페니패커 지음, 원지인 옮김
보물창고, 144쪽, 9000원, 초등 3∼5학년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말은 대부분의 경우 지극히 편파적인 판단이다. 어른들이 집중하기 원하는 분야, 즉 공부나 독서·피아노 연습 등에 집중하지 않았을 뿐, 아이들은 어딘가에 집중하고 있다. 창 밖에 보이는 구름이나 선생님 스카프에 묻은 얼룩에 ‘몰입’한 아이에게 왜 ‘주의력 결핍’의 누명을 씌우는가. 책의 주인공 클레멘타인도 그래서 억울하다.
열한 살 소녀 클레멘타인은 “가만히 앉아있는 것에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다.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동생이 땅콩을 먹었을 때처럼, 클레멘타인은 가만히 앉아 있으려고 하면 온몸이 가렵고 부풀어 오르고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단다.
당연히 클레멘타인은 학교에서 문제아 취급을 받는다. 단짝친구 마거릿의 엄마가 담임 교사에게 “우리 딸이 클레멘타인과 단 둘이만 있지 않도록 신경 써 주세요”란 쪽지를 보냈을 정도다.
하지만 클레멘타인의 엄마 아빠는 타인의 시선에 맞춰 딸을 몰아세우지 않았다. 도리어 속상한 클레멘타인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우유에 포도젤리를 섞는 것을 허락해줬고 업무용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도록 열쇠를 건넸다. 클레멘타인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100% 인정하고 받아준 것이다. 그래서 클레멘타인의 능동적이고 긍정적인 성향은 상처받지 않고 고스란히 살아남았다.
부모의 신뢰에 대한 클레멘타인의 보답이 통쾌하다. 아파트 관리자인 아빠를 곤경에 빠뜨린 비둘기. 이를 몰아낼 묘안을 클레멘타인이 생각해낸다.
클레멘타인의 활약상은 좌충우돌 원기 왕성한 성향 때문에 골칫덩이로 몰린 아이들에게 대리만족의 기회를 준다. 또 어른의 잣대로 아이들을 재단하려 했던 부모들에게도 자성의 기회를 주는 책이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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