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일화재가 제일 세긴 하지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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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월드메르디앙과 제일화재가 15, 16일 준플레이오프를 치르면서 KB2008 한국바둑리그는 포스트 시즌에 돌입한다. 5대5로 맞붙는 단판승부. 이세돌 9단이 버티고 있는 제일화재는 정규리그에서 압도적인 승률을 보이며 선두를 질주했다. 막판 의외의 4연패로 4위까지 추락했으나 면면을 살피면 누가 봐도 막강 전력이다. 이세돌 9단과 최철한 9단은 정규리그 개인성적에서 11승3패로 나란히 1위를 했고, 김승재 2단은 신예대회인 오스람코리아배 우승자이며 류동완 초단은 한국리그에 처음 데뷔하자마자 7연승을 거둔 괴력의 소유자다. 이들 사이를 세계대회 4강 홍민표 6단이 굳건히 잇고 있다.


그러나 공개된 오더를 보면 제일화재가 월드메르디앙을 이긴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그대로 보여준다. 우선 첫판은 최근 절정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는 월드메르디앙의 주장 원성진 9단이 객관적인 전력에서 홍민표 6단을 앞서고 있다. 2국과 3국에서 신예 강자 박승화 3단과 박정환 2단이 제일화재의 원투 펀치에 당한다 쳐도 장고 바둑인 4국엔 필승카드로 내세운 한상훈 3단이 버티고 있다. 이렇게 이변 없이 5국까지 가면 큰 승부에 강한 유창혁 9단과 초단 돌풍의 주역 류동완이 최후의 결전을 펼치게 된다. 과연 승리의 여신은 누구 손을 들어줄까. 제일화재는 결전을 앞두고 12~13일 이틀간 유명산 산행 등 단합대회에 들어갔다. 양팀 감독의 얘기를 들어보자.

박치문 바둑전문기자

“막판까지 가면 승산 있다”

▶장수영 9단(월드메르디앙 감독)

상대는 실제로 제일 센 팀이다. 어쩌다 4위까지 떨어졌지만 1, 2위를 한 신성건설이나 영남일보보다 좀 더 센 팀이라는 걸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그러나 이 고비만 넘기면 우리도 우승하기에 충분한 전력이라고 생각한다. 주장인 원성진이 팀 분위기를 잘 이끌고 있고, 선수들도 모두 자신감에 차 있다. 유창혁 9단이 유일하게 컨디션이 떨어져 있지만 단판 승부이기에 배준희를 뺐다. 또 장고 바둑에서 김승재의 상대로 박정환과 한상훈을 놓고 저울질하다 이 한 판은 꼭 이겨야 한다고 생각해 속기보다 장고 바둑에 더 강한 한상훈을 투입했다(4위 팀은 한 선수의 오더를 미리 공개해야 한다. 제일화재는 김승재를 공개했다).

이변이 생기지 않는다면, 다시 말해 1국과 4국을 예정대로 이긴다면 2대2가 될 공산이 크다. 막판까지 가면 큰 승부를 수없이 치러 본 유창혁이 조금이라도 유리할 것이다.

“첫 대결이 결승전이란 각오로…”

▶이홍렬 9단(제일화재 감독)

지금 유명산에서 이세돌 9단을 제외한 전원이 땀을 쏟고 있다(이세돌은 13일 목포에서 목진석 9단과 국수전 도전기 1국을 뒀다). 남들은 최강팀이라고 하지만 최근 상승세가 크게 꺾였고, 막판 4연패로 침체 국면을 맞고 있다. 실력을 떠나 이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더구나 우리는 한 선수의 오더를 공개하는 핸디캡 때문에 손해를 봤다. 만약 막판까지 간다면 아무래도 우리가 45대55 정도로 불리한 싸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분위기만 살아난다면 우리는 우승 전력이 충분하다. 첫판이나 장고 바둑(4국)도 전력에선 약간 밀리지만 이길 가능성도 상당하다. 단판 승부는 집중력과 누구 심장이 더 강하느냐의 싸움이다. 포스트 시즌은 이제 시작이지만 첫 대결을 결승전이라 생각하고 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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