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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선택 릴레이 인터뷰 ⑥ “한·미 FTA 2010년 돼야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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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한국경제 전문가인 마커스 놀랜드(사진) 미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1일 “미 자동차업계의 심각한 위기로 인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2010년 전에는 통과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시아재단(대표 에드워드 리드) 초청으로 방한한 그는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한국의 차분한 대응을 주문했다.

-한 달 전 서울을 방문했을 때는 ‘오바마가 집권하면 내년 하반기 중 의회를 설득해 신속처리(Fast track) 방식으로 한·미 FTA를 통과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지 않았는가.

“그때에 비해 상황이 아주 나빠졌다. 따라서 내년 중 FTA가 통과되긴 힘들고 2010년은 돼야 가능할 것이다. 결정적인 이유는 미 자동차업계 상황이 한 달 사이 극도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내년 상반기 중 한두 업체가 파산할 가능성도 있다. 반면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내년 중 더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엔화 대비 원화 가치가 저하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가 업계와 노동자의 반발을 무릅쓰고 한·미 FTA를 통과시켜줄 가능성은 없다.”

-그 밖의 걸림돌은.

“오바마는 내년 1월 20일 취임한 뒤 당장 임명해야 할 공직만 3000개가 넘기 때문에 한·미 FTA까지 챙기려면 시간이 걸린다. 정책 순위도 첫째가 경제위기, 둘째가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이고 FTA는 한참 처진다. 결국 일러야 내년 5~6월에야 한·미 FTA를 검토하는 실무진 회의가 처음 열리게 될 것이다. 복잡한 재협상 과정을 거쳐 의회를 설득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래서 내년 중 통과를 기대하기는 더욱 힘들어진다.”

-상·하원을 민주당이 장악했는데도 오바마가 의회를 설득하기 어렵나.

“그렇다. FTA에 대해선 행정부와 집권당(민주당)의 이해가 다르다. 게다가 초선 의원으로 상원의 막내인 오바마는 의회에 기반이 없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 비준 때도 민주당 대통령(빌 클린턴)이 공화당보다 민주당 의원들 설득에 훨씬 더 애를 먹었다. 오바마도 자동차 산업지대인 미시간 출신 샌더 레빈 하원 무역소위원장 등 FTA에 반대하는 민주당 중진들을 설득하려면 힘깨나 들 것이다.”

-한국이 재협상에 나서면 어떤 조건으로 가능한가.

“한국 정부가 결정할 문제다. 한국산 차에 대한 관세 철폐 유예기간을 10년에서 15년으로 연장하는 게 한 가지 예가 될 수 있다. 그래도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 내 경쟁력은 여전히 유지될 것이다.”

-오바마의 대북 정책은 어떻게 될까.

“한국 언론이 가장 착각하고 있는 게 ‘오바마는 북한에 부드러울 것’이란 환상이다. 오바마는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 협상하면서 핵 검증 프로세스를 불분명하게 처리한 데 상당한 우려를 갖고 있다. 그래서 오바마는 ‘북한이 완전하고 정확한 핵 검증에 응하지 않으면 다른 나라들을 이끌고 북한을 제재하겠다’고 아주 분명하게 자신의 웹사이트에서 밝혔다. 오바마는 북한에 결코 ‘비둘기’가 아니다. 오히려 공중을 돌며 상황을 살피다 때가 되면 빠르게 내리꽂는 ‘독수리’라고 할 수 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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