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연장 혈투 끝에 … KCC‘키 농구’통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KCC 하승진이 11일 KT&G와 홈경기 연장전에서 자유투를 성공시킨 뒤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고 있다. [전주=뉴시스]

3차 연장까지 가는 명승부전에서 높이의 KCC 하승진이 속도의 KT&G 주희정을 눌렀다.

KCC가 11일 전주 실내체육관에서 치러진 2008~2009 동부프로미 프로농구에서 3차 연장 끝에 98-95로 KT&G를 눌렀다. KCC는 5연승(5승1패)을 내달렸고 시즌 첫 단독 1위에 올랐다. 3차에 걸친 연장은 프로농구 통산 세 번째다. 하승진(3점·4리바운드)은 3차 연장 경기 종료 31.7초 전 ‘회심의’ 자유투 하나를 넣어 팀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전부터 양팀의 경기는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KCC는 높이가 트레이드 마크인 반면 공수 전환이 느리다. 반면 KT&G는 포인트 가드 주희정을 축으로 스피드가 장점이다. 그러나 이번 시즌 외국인 선수의 신장만 놓고 보면 최단신 팀이다. 팀의 주력 선수 7명의 신장을 비교하면 KCC는 하승진·서장훈 등 토종 빅맨을 거느린 탓에 평균 신장이 2m1㎝다. KT&G는 약 10㎝가량 작은 1m91.3㎝였다.

4쿼터 중반까지는 KT&G가 경기를 지배했다. 주희정(13점·7어시스트)이 경기에 의욕적으로 나섰다. 1쿼터부터 KCC의 임재현과 승부를 걸었다. KCC의 공격을 둔화시키는 방법은 볼을 배급하는 포인트 가드를 틀어막는 것뿐이었다. 주희정은 한 골을 허용하면 몇 번이나 되갚아 줬다. 임재현이 3점 슛을 넣자 직접 3점슛을 터뜨렸고 서장훈이 레이업슛을 넣자 마퀸 챈들러에게 그림 같은 패스를 연결, 바로 레이업슛으로 응수했다.

반면 하승진은 초반 고전했다. KT&G의 빠른 농구에 적응하지 못했다. 정규 4쿼터까지는 고작 2득점·2리바운드에 불과했다. 허재 감독은 하승진을 3쿼터와 4쿼터 초반 기용했다. 그러나 하승진은 수비에서도 부진했다. KT&G 캘빈 워너에게 3쿼터, 4쿼터 한 차례씩 블록슛을 당할 정도였다.

하지만 연장이 계속 진행되자 높이가 속도를 이겼다.

정규 4쿼터를 75-75로 끝낸 양팀은 2차 연장에서도 88-88로 비겼다. 3차 연장에 접어들자 하승진이 힘을 발휘했다. 서장훈이 5반칙 퇴장, 경기에 출전한 하승진은 KT&G 수비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하승진이 들어오자 마이카 브랜드(32점·21리바운드)에 대한 수비가 약해졌고 브랜드는 연속 득점을 기록했다.

KCC가 94-92로 앞선 31.7초 전 KT&G가 하승진에 파울을 범했다. 하승진은 이전까지 자유투 13개 중에 1개만 넣었을 정도로 자유투에 취약했다. 그러나 하승진은 위기에 강했다. 신중히 던진 공은 골망으로 빨려 들어갔고 하승진은 크게 포효하며 승리를 자축했다.

한편 1차 연장전 종료 직전 노골이 선언된 양희종의 슛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KT&G 김호겸 국장은 “양희종이 공격 제한 시간 전에 공을 던졌다고 본다. 다시 비디오를 판독한 후 KBL 제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중길 KBL 운영팀장은 “골대 위 24초 게시기에 양희종이 슛을 하기 전 흰색 불이 들어왔다. 24초 룰 위반이 맞다”고 밝혀 버저비터 여부가 아닌, 24초 룰 위반이었음을 분명히 했다.   

채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