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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秘파일] ‘제2 국정원’ 극비 추진 전모 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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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국내 최대 권력기관으로 꼽히는 ‘국가정보원’. 그것과 흡사한 형태의 기관 신설이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있다.‘형사사법통합정보체계’를 빙자해 국내 정보를 한 곳으로 모아 ‘통합관리’하겠다는 ‘제2 국정원’ 설립이 그 실체다. <월간중앙>이 400쪽 분량의 관련자료를 입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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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National Intelligence Service·이하 국정원). 냉전시대의 산물인 이 조직은 중앙정보부·국가안전기획부를 거쳐 47년째 ‘권력기관’으로 군림하는 국내 최대 ‘대통령 직속’ 정보기관이다. 건국 이후 60년이 흐르는 동안 “청와대 문은 열렸어도 국정원 문은 열리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철통보안’을 생명으로 여기는 조직이다.

형통망 실체는 ‘제2 국정원’ … 추진단 구성 盧 전 대통령 지시사항

이미 국경을 초월한 정보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국정원이 취급하는 정보는 국민의 접근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말 그대로 ‘그들만의’ 정보일 뿐이다. 그래서일까? 국정원은 여전히 ‘힘’을 가진 국가기관으로 인식된다. 일찍이 세계적 석학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는 <제3의 물결>을 통해 ‘정보혁명’의 시대를 고했고, <권력이동>을 통해 정보가 권력의 본질을 바꾸는 원천이 될 것이라고 설파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던진 메시지가 권력의 사유화, 즉 정보의 사유화가 가져올 부정적 영향이었다. 그런데 그 ‘정보 사유화’ 작업이 서울 한복판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혈세 1,000억여 원을 들여 2003년부터 진행돼온 일이다. 참여정부가 출범 초기 혁신과제로 포장해 추진했던 ‘제2 국정원’의 실체가 그것이다. 현 국정원을 둘로 쪼개는 작업이다.

“국내 정보를 전산으로 통합해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 일이 완료되면 정보를 취급할 별도의 담당 조직을 새로 만들어 관리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월간중앙>이 입수한 400여 쪽 분량의 ‘제2 국정원’ 추진 관련 자료에는 별도의 국내 정보 취급 담당 조직 신설이 ‘※대통령 지시사항’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 작업의 출발점은 과연 어디일까? 참여정부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그 진위를 역추적했다.

제2 국정원 모체는 ‘형통망’

참여정부의 ‘히트 작품’(?)이 있었다. 혁신사업으로 포장한 ‘대한민국 전자정부’ 추진이 그것이다. 이 사업은 참여정부 출범 초기인 2003년 8월 “신속·정확한 대국민 민원 서비스 제공”을 표방하며 4개 분야, 31개 사업으로 시작됐다. 그럴 듯했다. 이를 두고 참여정부가 강조했던 당초 목적대로 “국민의 편의를 위해 추진된 첫 작품”이라는 평가도 뒤따랐다.

해당 사업들은 얼마나 진척됐을까? 참여정부 임기 말쯤 전체 진척도가 90% 정도라고 했다. 그 가운데 수사서류·사건기록·송치서류·기소서류·판결기록·집행지휘서류 등 내국인 신상에 관련된 모든 내용이 포함된 정보를 법무부·사법부·검찰청·경찰청이 공유·활용하도록 한다는 내용의 ‘형사사법통합정보체계(이하 형통망)’ 구축사업이 바로 제2 국정원 추진의 ‘모체’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업은 전자정부 로드맵 31개 과제 중에서도 2004년 10월 정부혁신위원회에 의해 10대 핵심과제로 선정된 바 있다. 현재 정보를 다루는 국내 기관은 국정원을 비롯해 기능적 역할 분담에 의해 만들어진 국방정보본부·정보사령부·국군기무사령부, 외교통상부·통일부 정보분석실, 검·경 정보부서 등이 있다.

참여정부는 이들 기관이 국내외 정보를 광범위하게 다루면서 역할이 중첩되거나 기능이 점차 퇴색하는 점을 감안해 국내 정보만 취급하는 별도 조직을 구성하려고 했던 것일까? 형통망은 그런 점에서 국내 정보만 다루는 등 업무 기능이 확실히 구분될 뿐 아니라, 시스템 구축에 따라 내국인 정보에 대한 과거·현재·미래 등 명확한 발생 시점 구분까지 가능해 기존에 저장·관리해오던 정보보다 체계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참여정부의 제2 국정원 추진은 형통망 사업을 추진하면서 불거진 석연찮은 배경에서 꼬리가 잡혔다. 형통망 관련 4개 기관 공동 운영 조직인 형사사법통합정보체계추진단의 구성, 청와대 업무보고 내용, 검찰의 독자 행보, 참여정부의 강행 목적 등이 그것이다. 이 사업이 처음 제안된 2003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형통망 구축사업은 초반부터 삐걱거렸다. 문제는 추진 배경에 있었다. 형통망 사업 관계기관인 사법부·법무부·대검찰청·경찰청 등은 모두 이 사업에 대해 처음부터 ‘반대’했다. 대검찰청이 당시 4개 기관에 공문을 보내 형통망 추진에 대한 의견을 물은 적이 있다. 결과는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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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은 지난 10월1일 ‘자유와 진리를 향한 無名의 헌신’이라는 새 원훈(院訓)을 새긴 원훈석의 제막식을 가졌다.

추진단 구성 盧 전 대통령 지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사법부·법무부·경찰청은 물론, 심지어 검찰청 관계부서까지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통보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위헌 소지가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우선 사법부 소관 법원행정처 정보화심의관실은 “사법부가 아닌 운영 조직 또는 협의체에서 사법부의 독자적 형사재판 프로그램, 데이터, 시스템 개발, 유지·보수, 예산에 관한 권한을 갖게 됨으로써 사법부의 독립에 심각한 침해 우려가 있다”며 형통망 사업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법무부와 경찰청 역시 “고유 업무영역을 침해할 뿐 아니라 정보 유출 가능성 등 인권침해에 해당하는 위헌 여부를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사법부와 같은 입장을 보였다. 그런데 검찰청이 입장을 바꿨다. “전자화를 통한 형사사법의 신속성·공정성 확보 등의 효과가 있다”며 찬성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 같은 논란이 계속되는 사이 2005년 1월 ‘통합형사사법체계구축기획단(현 형사사법통합정보체계추진단)’이 구성됐다. 관계기관의 반대에도 당시 각 기관의 일부 요원을 차출해 구성한 것이었다. 입수 자료에 따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직접 지시해 추진단을 구성한 것으로 돼 있다.

추진단 총괄기획팀장을 맡았던 최성진 법무연수원 교수는 직접 작성한 문서에서 “지속적인 형사사법 절차의 혁신 및 정보체계 표준화, 형사사법 정보의 남용 방지를 위한 독립적이고 민주적인 공동 운영 조직을 설립하라는 것이 대통령의 지시사항”이라고 명시했다.

오흥택 월간중앙 기자 [htoh@joongang.co.kr]

[노무현 정부 秘파일] ‘제2 국정원’ 극비 추진 전모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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