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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바꾸세요, 20만원 줄게요” “우린 30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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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30만원 상품권도 제공”=이씨와 같은 이유로 초고속 인터넷 가입사를 옮기려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KT·SK브로드밴드·LG파워콤의 현금 마케팅이 극성이어서다. 통신 3사가 신규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현금은 대략 10만~22만원이다. 통신사·상품·약정 기간 등에 따라 액수가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약정 기간이 길고 여러 서비스(인터넷전화·IPTV 등)에 가입할수록 더 많은 돈을 준다.

경북 지역에서 통신 관련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A씨는 “통신업체에서 제공하는 경품은 가입자당 15만원 선을 넘지 않는다. 추가액은 유통점이 부담한다”고 말했다. 통신업체가 유통점에 제공하는 가입자 유치 수수료 중 일부를 떼내 제공하는 것. 자연히 유치 수수료를 많이 주는 통신업체일수록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돈도 많다. A씨는 “과열 마케팅 얘기가 나올 때마다 통신업계에선 ‘우리가 아니라 유통점이 장난치는 것’이라며 발뺌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유치 수수료가 사실상 마케팅비로 쓰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에선 쉽게 찾기 힘든 현금 경품이 초고속 인터넷 업계에 만연한 건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국내 총 1650만 가구 중 1500만 가구가 이미 초고속 인터넷에 가입했다. 포화 상태의 시장에서 계속 성장하려면 다른 회사의 가입자를 빼앗아오는 수밖에 없다. 그만큼 과감한 마케팅이 필요한 것이다.

8~9월에 내려진 방송통신위원회의 영업정지 조치는 과열 경쟁에 기름을 부었다. 개인정보 유출로 인해 3사(SK브로드밴드 40일, KT 30일, LG파워콤 25일) 모두 한동안 신규 가입자를 받지 못했다. 영업 정지가 9월 중 순차적으로 풀리자 그간 놓친 가입자를 다시 끌어모으기 위해 3사 모두 ‘현금 소나기’를 퍼붓기 시작한 것. 경쟁사의 약정 요금제에 묶인 가입자를 빼앗아 오려면 위약금을 내고도 당장 이익이 될 만한 현금을 제시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란 계산도 작용했다. 하지만 모든 초고속 인터넷 업체가 현금 잔치를 벌이고 있는 건 아니다. 한국케이블TV협회 김진경 팀장은 “30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을 제공하는 (통신업체) 대리점도 있다지만, 케이블 업계는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아 현금 마케팅은 꿈도 못 꾼다”고 하소연했다.

◆‘메뚜기 족’ 양산=현금 경품이 불법은 아니다. 공정거래법의 경품 고시에도 ‘상품 또는 용역 거래가의 10% 이내 경품은 문제가 없다’는 의미의 조항이 있다. 그러나 액수가 지나치게 커지면 공정 경쟁을 해칠 수 있고, 시장도 혼탁해진다. 유선 방송업체 씨앤앰 관계자는 “타사 서비스에 가입하기로 한 소비자를 웃돈 주고 빼내려다 대리점 직원들 간 몸싸움이 벌어지는 일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과당경쟁이 가입사를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일명 ‘메뚜기 족’을 양산해 약정 기간을 지키는 소비자들에게 오히려 피해를 준다는 지적도 있다. 마케팅비를 줄이고 대신 요금을 내리는 게 전체 가입자에게 골고루 혜택을 주는 길이란 뜻이다. 스팸 메일과 문자가 급증하는 것도 문제다. 방통위의 최성호 통신이용자보호과장은 “초고속 인터넷 업계의 현금 마케팅은 지나친 감이 있다. 현재 실태 파악 중이며, 불공정 사례가 발견될 경우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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