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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다이아몬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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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인류가 다이아몬드에서 찾아낸 첫 용도는 연마제였다. 4500년 전의 중국 신석기 시대 돌도끼에서 그 흔적이 발견됐다. 루비와 사파이어 성분이 포함된 돌도끼의 표면이 거울처럼 매끄럽게 갈려있는 것이다. 2005년 이를 조사한 미국 하버드대학 연구팀은 “다이아몬드를 연마제로 사용하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결과”라고 결론지었다.

두 번째 용도는 주술적 장신구였다. BC 7세기께 인도 드라비다족의 왕과 전사들은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돌’이 착용자를 보호해 주는 마법을 지닐 것으로 믿었다. 다이아몬드의 어원이 그리스어의 아다마스(Adamas·정복할 수 없는)인 점과 일맥상통한다. 서양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에도 왕가와 귀족이 ‘질병을 예방하고 재앙을 막기 위해’ 원석을 착용했다.

보석으로 대접받기 시작한 것은 15세기께 연마법이 발견된 이후의 일이다. 여기에는 일화가 전해온다. 베네치아에서 금속 세공을 하던 가난한 청년이 주인집 외동딸을 사랑했다. 주인은 조건을 내건다. “다이아몬드를 연마할 방법을 찾아오면 딸을 주겠다.” 흠집조차 낼 수 없는 원석을 무슨 수로 갈아낼 것인가. 청년은 기어이 답을 찾아낸다. 다이아몬드끼리 서로 비빌 때 떨어지는 미세한 가루를 연마제로 사용하는 것이다.

오늘날 보석용 다이아몬드의 주된 용도는 결혼 예물이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diamond is forever)’는 광고 덕분에 ‘영원한 사랑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세계 시장을 지배해온 드비어스사의 이 광고는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것으로 꼽힌다.

한국에서 다이아몬드는 주로 도난품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1982년 검거된 대도 조세형의 물방울 다이아몬드가 대표적이다. 4.6캐럿짜리가 압수됐지만 아무도 “내 것”이라는 사람이 없었다. 절도 피해자에 전직 경제부총리와 국회의원, 기업체 사장 등 정·재계 인사가 많아 파장이 컸다.

요즘 강성천 의원 집 도난 사건이 화제다. 1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가 문제다. 강 의원은 “공직자 재산등록 대상이 아닌 처제 소유인데, 사실은 도둑맞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경찰은 “강 의원이 서명한 피해자 조서에 도난품으로 신고돼 있다”고 밝혔다. 노동운동가 출신 의원의 입지가 딱하게 돼버렸다. 이 경우 다이아몬드는 액운을 막는 부적도, 영원한 사랑의 상징도 아니다. 화를 부르는 덧없는 돌멩이라고 할까.

조현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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