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294 - 재(齋)/제(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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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군홧발에 짓밟힌 광주의 실상을 세계에 알린 독일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의 국립5.18묘지 안장이 검토되고 있다. 그는 "필름의 마지막 1cm까지 버리지 않고 사용해야 한다고 다짐했다"는 말로 당시의 치열함을 회상하기도 했다. 5월 18일엔 민주항쟁을 기리는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불교계에선 해마다 '천도재'를 올린다.

'천도재(薦度齋)'란 죽은 이의 넋을 극락으로 보내기 위해 치르는 불교 의식이다.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사십구재(四十九齋)'도 사람이 죽은 지 49일 되는 날에 지내는 천도재의 하나다. 그러나 이들 단어를 제사와 연관지어 천도제.사십구제로 사용하는 경우가 꽤 있다.

"조계종은 부처님 오신 날인 26일까지 전국 사찰에서 희생자를 위한 천도제를 올리도록 했다" "어머니의 사십구제엔 카네이션 한 다발을 안고 가야겠다" 등은 잘못 쓰인 예다. 부처에게 드리는 공양, 명복을 비는 불공을 뜻할 때는 '재(齋)'라고 써야 한다.

맡은 일엔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서 잇속에만 마음을 둘 때 "염불보다 잿밥에만 관심 있다"라고 표현한다. 이를 무심코 '젯밥'이라고 쓰는 경우도 종종 본다. 그러나 잿밥은 불공할 때 부처 앞에 놓는 밥으로, 제사를 지내기 위해 차려놓는 젯밥과 다르다. 젯밥으로 쓰고 싶다면 "제사보다 젯밥에만 관심 있다"라고 해야 한다.

즉 불교에서 행하는 의식으로 쓸 때는 재(영산재.백일재), 죽은 사람의 넋이나 신령에게 음식을 바쳐 정성을 나타내는 의식인 제사(祭祀)의 의미일 때는 제(위령제.추모제.사직대제.석전대제)로 쓴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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