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운영의 묘’는 어떻게 살리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9면

“풍림화산(風林火山)이 무슨 뜻이야?” “움직일 땐 바람처럼, 머물 땐 숲처럼, 공격할 땐 불처럼, 지킬 땐 산처럼 하라는 손자병법에 나오는 말이야. ‘운영의 묘’를 살려 군사를 부려야 이길 수 있다는 거지.”

이들의 대화에서 ‘운영의 묘’란 말은 제대로 쓰인 걸까? 상황에 따라 군사를 적절히 움직이게 하다는 의미로 사용했으므로 ‘운용의 묘’로 바루어야 한다.

뜻이 비슷하다 보니 ‘운영’과 ‘운용’의 쓰임에 대해 혼동하는 사람이 많지만 부리는 대상에서 차이가 난다. ‘운영(運營)’은 조직·기구·사업체 따위를 관리하고 경영하는 것을 이른다. 기업·단체·학교·학원·대회·상점 등이 운영의 대상이 된다. ‘운용(運用)’은 무엇을 움직이게 하거나 부려 쓰는 것을 일컫는 말로 자본·기금·예산·자원·법 등이 그 대상이다.

“펀드는 투자금 운영에 따라 수익률이 변하는 실적 배당형 상품이다” “새로운 경제정책의 운영이 절실한 시점이다”처럼 써서는 안 된다. 이때는 ‘운용’이라고 해야 된다. “공단의 방만한 운영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급기야 민원센터를 운영하겠다는 안을 내놨다”에서 ‘운영’은 바르게 쓰인 예다.

이은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