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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 부호들, 한 상 2000만원짜리 滿漢全席 즐겨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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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맞닿는 초고층 빌딩과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상하이. 그들에게도 ‘끼니는 거르지 않았느냐’고 인사하던 시절이 있었다. 1950년대 초 중국은 3년 연속 대흉년이 들어 식량과 채소가 턱없이 부족했다. 사람들은 허기진 배를 당근으로 채웠다. 이 때 생겨난 말이 ‘츠러마?(吃了식사하셨어요?)’라는 인사말이다.

1중국 최고의 메뉴라고 일컬어지는 만한전석의 요리들 2루이쉰만(如意熏鰻: 훈제장어).39 3뤄미위츠중(羅蜜魚翅: 꿀 샥스핀 찜).4바오타화란(寶塔花藍: 꽃바구니새우). 5후뎨솽페이(胡蝶雙飛: 나비냉채). 여러 가지 중국요리를 차려놓은 테이블.


개혁·개방 이전 중국에서 소비 물자는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계획경제 시절 곡식·고기·식용유를 살 때는 양표(粮票)·육표(肉票)·유표(油票사진)가 있어야 했다. 직물을 살 때는 포표(布票)가 필요했다. 이런 표와 함께 돈을 내야 물건을 살 수 있었다. 식당에서는 채표(菜票)와 돈을 줘야 밥을 먹었다. 육표를 들고 가 고기를 사려 해도 1인당 월 500g밖에 살 수 없었고 그것도 고기가 아닌 비곗덩어리였다. 기름을 만들어 음식을 볶는 데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쑤이옌(隋岩·42)베이징어언대학 교수는 당시 추량(粗粮·거친 양식)이라 부르는 옥수수·고량 등으로 만든 몐바오(麵包: 앙금 없는 빵), 토란 등을 넣어 끓인 죽을 먹었다고 말했다. 쌀밥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먹는 게 고작이었다. 늦가을에는 배추를 가구당 600㎏가량 구입해 감자·무와 함께 겨우내 반찬으로 먹었다고 한다.

개혁·개방 이후 물자 표(票)는 기능을 잃고 사라졌다. 쉬아이핑(許愛萍·56)은 79년 춘제(음력 설)때 사과를 한 봉지 사다놓고 마음껏 먹으면서 좋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먹거리 상황이 금세 좋아지진 않았다. 시장에서 파는 물건도 생선과 닭·오리 등 가금류 몇 마리가 전부였다. 생선 한 마리를 사려면 아침부터 줄을 서도 못 사는 때가 더 많았다. 그래도 주식으로 옥수수·고량 같은 추량 대신 시량(細粮:먹기 부드러운 양식)이라고 하는 쌀·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먹는 횟수가 점점 많아졌다.

당시 먹을 수 있는 채소는 여름에는 가지·오이·시금치 등이 전부였다. 겨울에는 시장에 가도 배추·감자·두부만 있을 뿐 녹색 채소를 볼 수 없었다. 재료가 단순하다 보니 만들어내는 요리 가짓수도 한계가 있었다. 영양가를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80년대 중반 이후 시민들은 처음으로 쌀로 끓인 흰죽을 먹기 시작했다. 겨울에도 풋마늘 등을 살 수 있었으나 품종이나 수량은 매우 적었다.

오늘날 중국에서 즐기는 음식들은 90년 이후에 가능해졌다. 시장 기능이 활성화되고 비닐하우스에서 채소 재배를 하게 돼 겨울철 베이징에서도 푸른 잎채소를 먹게 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양쯔강 이남의 채소와 식재료가 베이징에 올라오고 외국산 식품이 수입되기 시작했다.

요즘 채소 시장에선 100여 종의 채소가 팔린다. 닭을 팔 때 과거엔 한 마리씩 팔았지만 지금은 날개·가슴·목 등 부위별로 판매한다. 생선과 새우·게 등 해산물도 먹고 싶을 때 언제든지 살 수 있다.

요즘 중국인은 밥보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더 좋아한다. 쌀을 살 때도 꼭 생산일자를 확인한다. 닭·오리를 사더라도 금방 잡아 신선한 것을 고른다.
수입식품의 제조일자·원산지·첨가물 등을 꼼꼼하게 챙기는 것은 기본이다. 영양가도 꼼꼼하게 따진다. 이제는 녹색식품, 즉 무공해 신선식품을 찾는 세상이다.

푸구이메이화루(富貴梅花鹿: 부귀사슴).

다양해진 먹거리만큼이나 음식 생활도 풍부해졌다. 정부에선 식탐(食貪)에 가까울 정도로 음식을 많이 시키는 풍속을 바로잡기 위해 식당에서 네 사람이 먹을 때는 요리 네 가지에 탕 한 가지, 여섯 명이 먹을 때는 요리 여섯 가지에 탕 한 가지만 시키면 좋다고 권한다. 그러나 대부분 그런 말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중국에서 잘나가는 사람들이 가장 즐기는 요리는 해산물이다. 상하이 지역에서 저녁을 먹으면 전통 방식으로 만든 냉채를 시키기 전에 먼저 팔뚝만 한 바닷가재 회부터 시킨다. 나머지 요리도 거의 해산물이다. 전복·새우·조개·생선 등을 시키고 정력에 좋다는 자라탕으로 마무리한다.

한국 사람들은 중국에 가면 청나라 때 궁중요리 ‘만한전석(滿漢全席)’을 먹고 싶어한다. 만한전석은 만주족과 한족의 요리 가운데 진수만 모아 놓아 해삼·전복·제비집·샥스핀·사슴뒷다리 같은 고급요리가 망라돼있다. 보통사람들은 영화 속에서나 보는 음식이다. 그러나 신흥 부호들이 돈 자랑을 하고 싶을 때 만한전석만 한 게 없다. 보통 10명이 한 끼 식사를 하는 데 눈도 깜짝하지 않고 10만 위안(약 2000만원)을 쓴다. “그래 봐야 1인당 한 끼에 1만 위안인데 뭘 그러느냐”라며 으스댄다.

잘나가는 사람들은 또 멋스러운 곳을 찾아다니면서 먹고 마시고 즐긴다. 음식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중국. 중국에서도 음식천국으로 불리는 광둥(廣東)에 가 특별요리를 찾고, 물 좋은 주바(酒술집)를 가기 위해 미녀가 많은 후난성 창사(長沙)행 비행기에 오른다. 중국인에게 먹는 일은 하늘(民以食爲天)이다. 21세기에 중국인의 음식관은 어디까지 진화할까.

신계숙 교수배화여대 중국어통번역과
974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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