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에 내놔도 … 대형 빌딩 쳐다보는 이 없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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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빌딩. SK에너지가 2005년 미국계 투자은행인 메릴린치에 4400억원을 받고 판 대형 사무용 빌딩이다. 메릴린치는 이 건물을 사들이면서 5년간 팔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팔 경우엔 원 소유주였던 SK에너지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한다는 ‘바이백(Buy Back)’ 조건을 달았다.

SK는 10일 “현금 확보가 중요한 시기라 서린동 사옥을 되살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금융위기 여파로 주한 외국계 투자은행들이 보유 부동산을 속속 내놓는 가운데 SK의 서린동 SK빌딩 재매입 여부는 서울 도심 빌딩가의 관심사였다.

2005년 12월 인천정유 인수를 앞두고 현금 확보를 위해 ‘매각 후 임대’ 방식이라는 고육지책을 동원해 판 건물이기에 각별한 애착이 있을 법한 건물이다. 게다가 꼭대기인 35층에는 최종건·최종현 선대 회장들의 흉상이 놓여 있고 34층에는 최태원 회장의 집무실이 있다. 그래서 재계에선 SK가 이를 다시 사들일 것으로 봤다.

한때 6000억원까지 호가한 이 건물의 현재 시세는 매입 당시의 절반 수준인 2200억원대로 알려져 있다. 근래 외국계 건물 소유주들이 보유 부동산, 특히 서울 시내 대형 빌딩을 앞다퉈 매물로 내놓으면서 값이 떨어진 것이다. 메릴린치도 금융위기 이후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회사가 넘어가면서 값나가는 부동산을 팔아 현금을 확보해야 할 판이다. SK 고위 임원은 “메릴린치의 ‘바이백’ 의뢰가 오더라도 당분간 건물 매입을 삼가고 유동성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에너지는 3분기까지 석유제품 수출 호조로 사상 최대의 매출과 큰 이익을 내고 있다. 세 들어 살던 건물을, 여유가 생긴 ‘세입자’로서 사들일 생각을 할 만도 한데 현금 확보에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이런 분위기는 SK뿐만이 아니다. 외국계 투자은행들이 서울 주요 건물들은 매물로 내놓고 있지만 대기업들은 냉담하다.

미국 리먼브러더스는 서울 동대문의 L빌딩을, 미 부동산 투자회사인 GE리얼에스테이트는 서울 논현동 T빌딩을 내놨지만 손님이 모이지 않는다.

호주의 부동산 투자회사가 보유한 서울 충무로 극동빌딩은 새 주인을 만나지 못해 재매각 작업에 들어갔다. 올 상반기에 4000억원에 육박하던 건물 가격표를 3250억원까지 낮췄지만 매각 작업이 무산됐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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