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강성천 의원, 경찰과 진실게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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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 성산동의 한 주택. 육중한 검은색 철문 뒤로 정원이 펼쳐있는 지하 1층ㆍ지상 2층 규모의 빨간 벽돌집이다. 대지 120평, 건평 100평 규모다. 이 집의 주인은 한나라당 강성천 의원. 강 의원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을 맡아온 노동운동가 출신이다. 이번 18대 국회에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입성했다. 지난 7월 재산신고 당시 강 의원은 이 집을 약 9억4000만원에 신고했었다.

지난달 17일 새벽 바로 이 집에서 절도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강 의원과 경찰이 이상한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다. 절도사건의 피해 규모와 은폐 여부를 놓고서다.

◇강 의원 “피해규모 부풀려졌다”=강 의원은 절도사건 보도가 나가자 9일 보도자료를 냈다.피해규모가 크게 부풀려졌다는 내용이었다. 다이아몬드 반지 등 도난당한 적이 없는 물건까지 포함됐다는 것이다. 강 의원이 밝힌 도난품목은 ▶강의원 부부 지갑에 있던 현금과 수표 등 103만원 ▶강 의원 처제의 가방에 있던 500만원권 수표 1장과 100만원권 수표 3장, 현금 30만원 ▶14년 전 1000만원을 주고 구입한 시계 등이다. 강 의원측은 "공직자 재산등록에 포함되지 않는 처제 소유의 명품시계와 다이아반지 등이 도난당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 지금도 처제가 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이 밝힌 내용은 다르다. 사건 당일 관할 지구대는 오전 6시15분 강 의원측의 절도사건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4분 뒤인 6시 19분.경찰은 이 자리에서 가족들의 진술을 토대로 피해자진술조서를 작성했다. 조서에 적힌 피해품목은 ▶수표 1600만원 ▶현금 145만원 ▶반지 1캐럿 ▶여성 시계 1점이다. 피해 품목은 일부 현금을 제외하고 모두 강 의원 처제의 소유인 것으로 되어 있다. 강 의원은 직접 이 조서에 서명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강 의원측이) 금액을 정확히 기억을 못할 수는 있지만 사건 당일 분명히 신고를 받고 지구대원이 나가서 다이아몬드 반지 등 피해품목에 관한 가족들의 증언을 토대로 조서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강 의원이 나간 뒤에 지하에 있던 처제가 올라와 추가로 현금 140만원과 10만원 권 수표 75장을 기입했지만 그 외에는 강 의원도 다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가 짖어 도둑이 못 들어왔다?=강 의원은 “언론에 알려진 대로 절도 사건을 경찰에 신고한 후 신고를 취소하거나 수사요구를 철회한 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히려 마포경찰서로부터 사건 관련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지 않도록 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바 있다”고 말했다. 사건 현장에 나타난 마포경찰서 모 관계자가 “혹시 기자가 찾아오더라도 도둑이 들어오다가 개 짖는 소리에 놀라서 도망갔다고 얘기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우리가 왜 그런 일을 하겠느냐”며 반박했다. 마포경찰서 이문수 형사과장은 “당시 현장 감식에는 마포서 과학수사대 뿐 아니라 서울경찰청에서도 지원을 나왔다. 우리 선에서 사건을 은폐하고 할 수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절도사건은 수사의뢰 여부와 상관없이 수사하는 것”이라며 “강 의원측이 고액권임에도 수표번호를 모른다고 답변해 수사가 힘든 상황이지만 은폐하려고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1996년부터 버스노조인 전국자동차노조연맹 위원장에 5번 당선된 노동운동계의 실력자다.슬롯머신업계의 대부로 알려졌던 정덕진씨의 매형인 그는 지난 7월 재산등록에서 10억8000여 만원을 신고했다.

장주영ㆍ선승혜ㆍ이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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