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이기업을바꾼다>5.동양제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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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컴퓨터가 좋아도 소용없다.통신망의 전송속도가 빨라도 소용없다.가장 중요한 것은 시스템 안에 들어가는 정보가 얼마나 정확한가다.부정확한 정보는 부실한 결과만 갖다준다.
날로 경쟁이 치열해져가는 제과업계.
시장개방으로 외국산 과자가 물밀듯 들어와 사정은 더욱 여의치않다.제과업의 특성상 제조기술이나 영업에서 차별화할 방법이 별로 없다고 판단한 동양제과(대표 譚哲坤)는 지난해초 새로운 정보체계를 도입했다.
가장 싱싱한 정보는 현장에서 얻어진다.이 회사의.HHC시스템'은 여기에 착안한 것.HHC란.손 안에 쥐어진 컴퓨터'란 뜻이다. 모든 판매원의 손안에 자리잡은 HHC로 현장에서 주문받아 입력해두고 이를 영업소에 돌아가 PC에 꽂으면 모든 정보가자동적으로 집계돼 본사 컴퓨터로 모아진다.
종전에는 과자를 배달하는 직원이 해당점포의 주문도 받고 영업도 했다.
모든 장부는 직접 손으로 수첩에 썼다.체계적이고 정확한 정보가 모아질리 없었다.
이로 인해▶허위전표가 발행되고▶판매외 불필요한 업무가 더해지며▶잘못된 정보로 수요예측이 어긋나면서 영업지원이 제대로 안됐고▶직원들의 이직률도 높았다.
HHC의 도입은 판매현장의 정보화라는 결과로 나왔다.
이 회사가 상대하는 고객점포수는 10만여개.
일일이 수작업으론 정보를 모으는 것이 불가능했지만 HHC는 직원들을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에서 해방시켜 지난 94년 5.8%였던 이직률을 올해에는 3.7%로 낮췄다.
업무실적도 획기적으로 개선됐다.2년전 판매원 1인당 실적수당이 35만원이던 것이 올해에는 70% 늘어난 60만원으로 올랐다. 모든 점포에 대한 판매자료가 정확히 집계됨에 따라 이 회사의 영업실적도 크게 나아졌다.
점포주들의 주문이 없더라도 과학적으로 계산된 수요예측치에 따라 필요한 제품을 미리 배달할 수 있어 반품률도 2년동안 2.
4%에서 1.7%로 크게 낮아졌다.
HHC는 경영실적개선 이상의 교훈을 이 회사에 주었다.정보기술(IT)이 기업의 체질을 바꾼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제 이 회사는 광범위한 경영리엔지니어링(BPR)을 통해 21세기 IT형 제과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변신과정에 들어갔 다.
경쟁사들이 이 회사의 성과를 보고 뒤따라올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남보다 한발앞선 IT만이 생존을 위한 해결책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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