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집단脫黨사태 '배경' 없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강원도 출신 자민련소속 의원.자치단체장 등이 집단으로 탈당했다.15대 총선직후.야당의원 빼가기'로 개원국회가 지연되는 등한바탕 소동을 치렀는데 정기국회직후 다시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이합집산(離合集散)은 정국을 더욱 어지럽고 가 파르게 만들고 있다.어려운 경제사정으로 나라 곳곳에서 한숨소리가 끊이지 않는데 정치권은 세(勢)싸움에만 몰두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다.
정치인이 거취를 변경할 때는 분명한 이유와 납득할만한 명분이있어야 한다.소속정당을 내세워 표를 받은만큼 유권자의 선택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유권자가 용납할 수 있는 명분과 합당한 이유가 없는데도 이리저리 당을 옮길 때 바로 이 합집산이라는 욕을 먹게 된다.이들도 제각기 탈당의 변이라는 것을 내놓기는 했으나 석연치 않은 구석이 없는 것이 아니다.왜,일시에,그것도같은 지역에서 집단적인 사태가 발생하게 됐느냐를 충분히 설명치못하고 있다.
우리는 이번 사태의 배후에 정치공작이 있었느니,내사를 벌였느니 하는 얘기가 왜 나오고 있는지 의아하게 생각한다.지금이 어느 시절인데 아직도 이런 식의 얘기가 나오게 됐는가.정치공작으로 국회의원 몇이 당적을 옮겼다고 민심이 옮겨갈 정도로 우리 국민이 허술하지는 않다.그런 식의 이합집산은 정치안정을 해칠뿐아니라 정치에 대한 불신만 높인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야당도 이들의 탈당을 정치공작으로만 몰아붙일 것이 아니라 야당 자체는 문제가 없었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대선(大選)만을의식해 당의 이념과 정책,의원들의 의견도 무시하고 우두머리간에공조니,연합이니 하며 몰려 다니니 정서가 다른 지역에서는 반발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들의 탈당의 변(辯)가운데 야당 자치단체장이나,야당의원으로는 지역일을 하기가 힘들었다는 주장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야당단체장이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지자제가 정치역학관계로왜곡되고 있다면 큰 일이다.지방과 중앙정부간의 권한과 책임 등이 정치적인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제도적으로 보장되는 체제로 빨리 정착시켜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