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짧은 남자와 터틀넥 스웨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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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호 15면

여름철 남자들의 옷차림 중에 ‘꼴불견’을 하나 꼽으라면 내 대답은 너무나 쉽다. 피케 셔츠! 아니, 왜? 사계절 내내 입어도 질리지 않고, 오히려 꼭 갖춰야 할 필수 아이템인 피케 셔츠가 뭘 잘못했기에. 물론 피케 셔츠에는 잘못이 없다. 그걸 잘 소화하지 못한 남자들이 잘못이지. 내 눈에 비친 가장 꼴불견은 피케 셔츠 칼라 깃을 다 펴 공작새처럼 올리고 다닌 남자들이었다.

어디서 뭘 보고 따라 하게 된 건지, 금목걸이에 휴대전화 하나 달랑 들고 거리를 오가는 모습이 영락없이 양아치처럼 보였다.대부분의 한국 남자는 목이 굵고 짧은 경우가 많다. 나이가 들수록 바르지 못한 자세로 등이 굽고 어깨 근육이 딱딱하게 뭉쳐 목 길이는 점점 더 짧아 보인다. 그래서 목 길이를 단번에 확인할 수 있는 ‘꽃받침’ 디자인이나 스타일링은 금물이다.

그래서 문제다. 겨울은 다가오고 터틀넥 스웨터나 머플러 모두 목 길이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아이템 아닌가. 이때 우연히 발견한 사진 하나. 패션 브랜드‘띠어리(theory) 맨’의 2008 가을·겨울 광고 컷인데, 눈여겨볼 것은 터틀넥 스웨터의 목 부분을 자연스럽게 펴 편안한 주름을 만든 연출법이다.

터틀넥 스웨터는 목이 짧은 사람에게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데 스웨터의 직조에 따라 이 규칙에는 예외가 있다. 세로로 골이 진 짙은 컬러의 터틀넥 스웨터라면 목이 좀 짧더라도 무난히 어울릴 수 있다. 착시현상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상해 보면, 스웨터의 목 부분을 정확하게 반으로 접었을 때 목 길이는 더 정확히 계산된다. 그런데 이것을 자연스럽게 펴 적당히 주름이 지도록 하면 살짝 짧은 목을 가리면서 목이 길어 보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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