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중 신부님이 5억 기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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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천주교 광주대교구의 원로 사제인 백용수(白龍洙.66)신부가 평생 병마와 싸우면서 모은 5억원을 사회에 내놓았다.

白신부는 지난 14일 4억5000만원을 천주교 광주대교구의 김희중(金喜中)총대리주교 등을 통해 광주가톨릭사회복지회 기금으로 기탁했다. 또 5000만원을 개인적으로 인연을 맺어 온 각종 단체와 후원회에 익명으로 전달했다.

화순 전남대병원에 입원 중인 白신부는 기금 전달 때 "불쌍한 노인들을 위해 양로원 같은 것을 만들 생각으로 돈을 아껴 모았으나 건강이 허락하지 않아 대신 가톨릭사회복지회에 내놓게 됐다"고 밝혔다.

白신부는 1966년 가톨릭대학을 졸업한 뒤 전남 담양.함평.무안.보성 성당 등에서 사목 생활을 하다 지난해 9월 전남 화순본당 주임신부를 끝으로 은퇴했다.

白신부가 내놓은 돈은 약 40년간 성직자로 지내면서 교회로부터 받은 생활비와 신자들이 찾아와 한푼 두푼 놓고 간 성금 등을 모은 것이다. 특히 지난 30여년간 음식을 제대로 삼키지 못하는 '식도 기능 마비증'으로 고생하면서도 이 돈을 아껴왔다는 것이다.

한 신도는 "신부님은 평생 사목지를 떠난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성당만 지키며 살았다. 양복이라곤 검정색 사제복 한 벌밖에 없고, 자동차도 중고차만 탈 만큼 검소하게 생활하셨다"고 말했다.

광주=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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