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지진 안전지대'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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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3일 발생한 지진은 우리나라,특히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도 지진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지진학자들은 이번 지진이 동진하는 중한(中韓)지괴와 서진하는태평양 지괴가 부딪치면서 일어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특히 이번 지진의 진앙(震央)으로 확인된 영월 동쪽 20㎞지점은 남북으로 길게 뻗은 동한(東韓)단층(원산~울진)이 위치하는 곳으로단층이 밀려오는 힘을 견디다 못해 발생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따라 추가령 단층대(원산~서울)에 위치한 수도권도 언제 지진피해의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번에 발생한 지진은 70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78년9월 속리산에서 발생한 규모 5.2의 지진,같은해 10월 충남 홍성에서 발생한 규모 5.0의 지진 이후 내륙에서 발생한 것으로는가장 큰 규모다.또 서울에서 느껴지는 진도로는 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후 최대 규모로 확인됐다.
우리나라는 유러시아판과 필리핀판.태평양판이 만나는 환태평양 지진대(필리핀~일본~알래스카~미국 서해안)에서 벗어나 있어 미진(微震)은 자주 발생해도 효고(兵庫)현 남부 지진과 같은 대규모 지진으로부터는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서울대 지질학과 박창업(朴昌業)교수등은 지난 5월“최근 재활동기에 들어선 중국 북동부 지진대의 영향을 받고 있어 서해안.수도권 지역에 강진(强震)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학계의 관심을 모았다.
한국자원연구소 전명순(全明純)박사는“지난해말 서해안 굴업도 주변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활성단층이 확인되는등 한반도에 다양한형태의 단층이 수없이 존재하고 있다”며 지진 가능성을 예고했다.그러나 우리나라의 지진연구나 관측 수준은 아직 걸음마단계란게전문가들의 견해다.미국.일본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만 해도 중앙정부 과학기술위원회 산하에 국가지진국을 두고 17개의 전담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30개 성(省)마다 행정조직안에 지진국을 두고 있어 연구인력만 5만여명,지진계도 전국에 7백여개가 있다.
우리나라는 기상청이 서울등 전국 12곳에 지진계를 설치해놨으나 규모 2.5 이상인 경우만 관측이 가능하다.전담인원도 기상청 예보국안에 6명뿐으로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연세대 환경지질정보센터 이윤수(李允秀)박사는“지진이 아직까지 예보가 불가능한 현상인데다 한반도가 비교적 안전하다는 믿음때문에 관련 연구가 활성화되지 못한 실정”이라며“관측능력을 높이고 피해예방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창엽.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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