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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방배동서 45평 슈퍼 운영하는 성보경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우리가게 10년 단골주부가 참치캔을 집어들고 킴스클럽(할인점)보다 왜 비싸냐고 따질 때는 장사 때려치우고 싶을 만큼 괴롭습니다.” 서울 방배동에서.우리슈퍼'를 운영하고 있는 성보경(成普慶.48.사진)사장.
그는 87년 월급쟁이 생활을 청산하고 45평짜리 점포를 임대해 10년 넘게 장사하고 있으나 요즘 마음이 편치 못하다.그의표현대로라면.남기는 것 없이 폭리 취하는 악덕상인'이 됐기 때문이다. 成사장은 올초까지만해도 매스컴에서 가격파괴니,시장개방이니 할 때마다 남의 일인줄 알았다.그러던 그는 지난 봄부터 장부를 볼 때마다 알게 모르게 매출이 줄고 있어 깜짝 놀랐다.
월매출이 딱이 얼마라고는 밝히지 않지만 이것저것 떼고 나 면 보통 1백50만원정도 손에 쥘 수 있던 것이 지난 5월께는 15% 안팎 줄어 1백30여만원에 불과했던 것이다.
고속버스터미널 주변의 잠원동과 과천의 킴스클럽이 잇따라 문을열자 아파트단지에서부터 일기 시작한 이른바 할인점 바람이 이곳주택가에까지 불어닥친 것이다.
“자동차 끌고나가 한보따리씩 물건 사들고 오는 것을 물끄러미쳐다보고 있노라면 장사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배운 것도 없는데 이 나이에 뭘하겠습니까.” “매일 오전8시부터 오후11시까지 10년 넘게 고생하다 이젠 장사할만 하니까 날벼락같은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그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직면한 전국의 슈퍼나 구멍가게가 70만개 이상이라고 위기감을 표시했다.
成사장은 외국자본이나 대기업과 달리 자본이 적은게 슈퍼주인으로선 불가항력이라는 주장이다.대형 할인점이 많이 가져다가 싼 값으로 파는 거라면 중소상인들은 적게 가져다가 다소 비싸게 팔수밖에 없는 유통구조를 탓할 수밖에 없다는 호소 다.이렇다 보니 분유.설탕.밀가루.라면등은 고작 2~3%의 이윤을 남기고도슈퍼가 폭리 취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소비자의 시선이 못마땅하다는 얘기다.그는 매장도 새로 단장하고 고객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 POS시스템도 도입해 서비스를 강화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마땅히 끌어다 쓸 자금이 없어 망설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자구책으로 최근 강원도평창.충북제천등지를 돌아다니며 마진이 괜찮은 채소.과일등을 직접 구입해 팔고 있다.그는 앞으로슈퍼끼리 공동구매.판매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한가지 품목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특수슈퍼도 구상하며 살길을 찾고 있다.그는“정(情)으로 뭉친 이웃사촌이 어우러져 사고팔던.골목상권'이 점차 무너지고 돈과 물건만 오고가는 상(商)거래만 남는 것이 안타깝다”고 수차례나 언급했다.
〈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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