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사회’ 대한민국] 황사·사료값 급등·AI 국경 넘어 무차별 피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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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씨가 넘어야 하는 위험은 이뿐만 아니다. 겨울이면 해외에서 날아드는 철새가 옮기는 조류 인플루엔자(AI) 때문에 비상이 걸린다. 그는 2003년 12월 정읍시에서 발생한 AI의 직접적 피해자는 아니다. 농장이 AI 발생지에서 반경 3㎞ 이내에 들지 않아 간신히 살처분을 피했다. 그러나 그 여파는 심각했다. 닭이 팔리지 않았던 것이다. 이듬해 봄 석 달 동안 1억원을 벌었으나 사료값 등 관리비로 3억원이 나갔다. 올해 4월에도 AI 때문에 4개월을 공쳤다. 그는 “살처분 대상 농가는 생활안정자금이 최고 1400만원까지 나오는데 다른 농가는 사료값은 사료값대로 들고 닭은 안 팔려 죽을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봄철 중국·몽골 등에서 황사가 날아들면 강씨는 계사를 커튼으로 막고 환풍기를 돌린다. 강씨는 “봄에는 건조하고 꽃가루도 날려 닭들이 기관지염에 많이 걸리는데 황사까지 겹치면 다 죽어나간다”고 호소했다

◆한 나라에만 머물지 않는 위험=환율·유가·AI·황사…. 모두 해외에서 ‘수입’되는 위험 요소다.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고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정보가 유통되는 세상에 위험은 한 나라에 머물지 않고 국경을 수시로 넘나든다.

올 9월 멜라민 식품 파동도 한 예다. 9월 12일 분유에서 멜라민이 검출됐다고 중국 당국이 발표한 지 일주일 만에 한국에서 멜라민이 든 식품이 발견됐다. 일본·뉴질랜드·키르기스스탄에서도 줄줄이 중국산 멜라민 식품이 나타났다. 좁아진 지구촌에선 전염병이 확산되는 주기도 짧아진다. 1347년 이탈리아에 나타난 흑사병은 유럽에 퍼지는 데 4년이 걸렸다. 2003년의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은 전 세계로 번지는 데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국경을 넘나드는 위험은 발생 지역과 피해 지역이 다른 경우가 많다.

영국·독일의 공장에서 뿜어낸 오염 물질이 1000㎞ 떨어진 스웨덴·노르웨이의 호수를 망친다. 중국·몽골의 산업화와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 때문에 넓어진 타클라마칸·고비 사막에서 황사가 서해를 넘어 불어든다. 삼성지구환경연구소 정예모 박사는 “환경문제는 한 국가가 조절할 수 없고, 피해 범위가 넓다는 특징이 있다”며 “여러 국가 간의 정보 공유와 공조가 필수적이고, 나라 안에서도 위기 대응 시나리오를 미리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국은 국경을 넘어오는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협상테이블에 앉는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강홍렬 박사는 “환경이나 금융 네트워크 등 온 국가가 공동으로 이용하는 ‘인프라’에 위험이 감지되더라도 손해를 무릅쓰고 고쳐보겠다고 나서는 국가가 없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정봉 기자 , 사진=최승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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