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반발’에 흔들리는 ‘철새 도래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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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해평습지에 많은 흑두루미가 날아와 장관을 이루고 있다. [구미시 제공]


구미지역 낙동강 해평습지 보호를 놓고 또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4월 말로 10년간의 야생동물보호구역 지정 기간이 만료된 뒤 재지정 여부를 놓고서다.

구미시는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흑두루미·재두루미 등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며 보호구역 재지정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인근 주민들은 ‘지역 개발제한’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구미시는 해평습지를 지난해 6월 환경기본법의 보호를 받는 ‘습지’로 공식 지정하려다 주민 반발로 무산된 적이 있다.

해평습지에는 지난달 25일 흑두루미 8마리를 시작으로 3일까지 흑두루미 2600여 마리, 재두루미 40여 마리가 다녀갔다. 이들 두루미는 러시아 아무르강 유역 등지서 출발, 몽골·중국을 거쳐 이곳에서 1~2일 머물며 일본 이즈미로 이동한다.

흑두루미와 재두루미는 각각 천연기념물 228호와 203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구미시는 1998년 5월부터 이 일대 76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 낚시·수렵, 생태환경 위해 행위 등을 제한해 왔다. 생태환경적으로 우수한 지역인 점을 들어 장기적으론 습지 일대에 생태관 건립 등 생태공원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구미시 산림경영과 신동석 담당은 “두루미는 국가간 보호 의무가 있다”며 “주민과 공감대를 형성한 뒤 내년 초 보호구역으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환경단체는 환영하고 있다. 환경실천연합회 경북본부 서주달(64) 본부장은 “공단을 낀 지역에 철새 도래지가 있는 것은 세계적으로 희귀하다”며 “보호구역 지정 등을 통해 구미의 자랑거리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습지 인근 고아·선산읍, 해평·도개면 일대 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한다. 주민들로 구성된 습지반대추진위원회 최비도(55)위원장은 “철새 보호를 위해 농작물 피해, 개발행위 제한과 땅값 하락, 조류 인플루엔자 감염 위험 등을 감수해야 하느냐”고 반대이유를 밝혔다.

주민들은 개발제한 사례로 구미시 거이동~선산읍 이문리(22.4㎞) 국도 33호선 대체우회도로가 처음에는 낙동강 제방을 따라 계획됐으나 습지 때문에 노선이 들판 쪽으로 바뀐 점을 들었다. 이 도로는 현재 설계 중이어서 2~3년 뒤 착공될 예정이다. 주민들은 또 5공단 조성에 맞춰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반대편에 있는 고아읍까지 다리를 건설할 필요가 있지만 습지 때문에 무산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주민들은 구미시가 보호구역 지정을 강행할 경우 작년 습지 지정 때처럼 시위 등 집단 행동을 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한국두루미네트워크 이기섭(47) 대표는 “보호구역 밖을 생태경관보전지역 등으로 지정해 실질적인 보상을 해주는 법적 근거를 조기에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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