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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36㎡ → 99㎡로 …‘개포동의 꿈’ 무르익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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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그런 개포동 저층(5층) 아파트 단지에 볕이 들었다. 국토해양부가 3일 재건축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다. 이번 규제 완화로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임대·소형주택 의무비율 완화의 혜택을 받는 대표 단지라면, 용적률 상향 조정이 제일 반가운 곳이 개포동 저층 단지다. 토박이 주민 이동우(59)씨는 “드디어 10년 쌓인 재건축의 한이 풀릴 것 같다”고 말했다.


◆개포동 잔혹사=1982년 입주가 시작된 개포동 저층 단지는 서민의 보금자리였다. 주공이 싼 값에 분양한 덕에 십수 년 벼른 내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곳이었다. 환경은 열악했다. ‘마누라가 없어도 장화 없인 못 산다’고 할 정도로 주변은 진흙탕이었다.

개포동은 90년대 후반부터 달라졌다. 사교육 바람을 타고서다. 강남 중심으로 입성할 재간이 없는 부모들은 차선책으로 개포동을 택했다. 재건축 얘기가 나온 것도 이 무렵이었다. 개포동 집값은 99년부터 본격적으로 뛰었다. 당시 1억9000만원이던 49㎡ 아파트는 한때 10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2006년 12월 부동산정보업체 조사에선 개포동의 3.3㎡당 평균 매매가가 4454만원으로 전국 최고였다.

그러나 기대만큼 개포 저층단지 재건축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두 가지가 발목을 잡았다. 하나는 서울 5대 저밀도지구(청담·도곡, 암사·명일, 잠실, 화곡, 반포)이고, 다른 하나는 용적률이다. 전세난 등을 우려해 서울시로선 한꺼번에 재건축을 허용할 순 없었다. 그러다 보니 저밀도지구 재건축이 언제나 개포동보다 우선했다. 명분부터 밀렸다. 도시 내 아파트 건설을 위해 지정된 ‘아파트 지구’와 달리 개포 단지는 일정 수준의 인구를 전제로 개발된 ‘택지개발지구’여서 고층 재건축은 어렵다는 것이었다. 처음엔 몇 달 차이였지만, 재건축 규제가 강화되면서 간격은 1~2년씩 벌어졌다. 잠실 재건축 단지는 이미 입주했는데 개포동은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커지는 기대감=개포지구는 총 32개 단지, 2만8000여 가구다. 북쪽에 12~15층 21개 단지(3종 일반주거지역)가 몰려 있고, 남쪽에 저층 11개 단지(2종 일반주거지역)가 있다. 저층의 가구 수는 총 1만4000여 가구다. 주공 1·2·3·4단지가 대표적이다.

개포 저층 재건축의 또 다른 난제인 용적률 문제가 불거진 것은 2002년 6월이었다. 저층 단지의 기준 용적률은 177%로 정해졌다. 270%에 재건축한 잠실 저층 아파트와는 큰 차이였다. 주민들은 행정소송을 냈지만 패했다.

장덕환 개포주공4단지 재건축위원장은 “전체 주민의 20% 이상이 이사할 돈이 없어 20여 년째 한 집에서 사는 사람들”이라며 “평균 92㎡(28평)로 재건축을 해서는 수익은커녕 비용을 대기도 벅차다”고 말했다. 하지만 ‘11·3 대책’을 적용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용적률이 230%까지 오르면 가구 수는 2840가구에서 3243가구로 늘어난다. 36㎡에 살던 조합원은 99㎡로, 49㎡에 살던 조합원은 128㎡로 집을 넓혀갈 수 있다. 개포동 세진부동산 이기자 사장은 “벌써부터 집 주인들이 매물을 회수하거나 호가를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J&K 부동산투자연구소 권순형 소장은 “개포 저층 재건축 사업이 다시 활기를 띨 수 있을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집값이 오를 수 있지만, 국내외 경제 상황이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에 단기 투자 목적으로 접근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청 주택과 신동진 팀장은 “정부가 대책을 발표했으나 아직 구체적인 서울시 지침은 없다”며 “환경영향평가·주민공람 공고 등 거쳐야 할 절차가 많기 때문에 재건축을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김영훈·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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