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입양아 친구 生母 찾는 '우정의 연주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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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 친구의 한국인 생모를 찾아주기 위해 실내악단을 만든 줄리아드 음대의 한인 학생들. 왼쪽부터 노마리. 박정아.옥지수.캐롤라인 존스턴.

"강보에 싸인 채 한국을 떠나 미국 가정에 입양된 친구가 자신을 낳아준 엄마가 보고 싶다며 울곤 했어요. 혈육의 정이 그리웠겠지요. 그래서 우리가 힘을 모으기로 했어요."

뉴욕 맨해튼의 명문 음대인 줄리아드에 다니는 한인 여학생 셋이 의기투합했다. 박정아(19.피아노).노마리(22.바이올린).옥지수(22.첼로)양이 입양아 출신의 캐롤라인 존스턴(22.비올라)과 함께 4인조 실내악단을 만들어 오는 8월 중순 한국을 찾는다.

*** 존스턴과 8월에 방한

존스턴은 약 2주일간 한국에 머물면서 엄마도 찾고 입양되기 전에 지냈던 고아원을 방문해 '동생'들에게 꿈을 심어줄 계획이다. 이들은 고아원에서 작은 음악회도 연다. 그가 어릴 적 자신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생후 10개월 때 홀트아동복지재단을 통해 부산 남광고아원에서 미국으로 건너왔으며, '홍유진'이라는 고아원에서 지어준 이름뿐이다. 노마리양은 "존스턴의 딱한 사연을 KBS-TV '아침마당' 프로그램에 전했더니 적극 도와주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기뻐했다. 박정아양은 "엄마랑 잠시만 떨어져 있어도 금방 보고 싶은데 갓난 아기 때부터 지금껏 한번도 친엄마를 보지 못한 존스턴은 얼마나 엄마가 그립겠느냐"며 "우리의 연주가 방송을 타면 존스턴이 꿈에도 그리던 친부모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 생후 10개월 때 美 입양

존스턴은 "친구들에게 답답한 심정을 몇번 얘기했을 뿐인데 이렇게 발벗고 도와주겠다고 나서니 너무 고맙다"며 "이번엔 꼭 엄마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2000년에도 같은 목적으로 방한했으나 별 소득이 없었다.

홀트복지재단에서 건네받은 서류에 의하면 1983년 1월 9일생인 그는 태어난 직후 부산의 한 조산원 집앞에 놓여졌다.

조산원 주인 이름은 이상민씨. 주소는 '부산시 동래구 용천2동 729의6'였다고 한다.

존스턴은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잠깐 한국어를 배우기도 했으나 스스로 신통치 않다고 말했다. 존스턴의 미국인 부모는 보스턴에서 변호사로 일한다.

*** "양부모도 적극 지원"

양부모의 넘치는 사랑 속에서 외동 딸로 자란 그는 일찍이 음악에 재능을 보여 네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켜기 시작했으며, 열다섯살에 비올라로 바꿨다. 내년에 졸업하는 그의 꿈은 유명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는 것이다. 양부모가 친부모를 찾는 일을 꺼리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 분들은 언제나 내 뜻을 존중하고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말로 대신했다. 이번 한국 방문에는 양부모도 동행한다. 존스턴의 연락처는 212-581-0904.

뉴욕=심상복 특파원, 임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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