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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소믈리에들 프랑스서 ‘한국 와인’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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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국인이 소유한 프랑스 포도밭에서 한국의 소믈리에(포도주 감별 전문가) 지망 학생들이 직접 참여해 빚는 프랑스 와인이 처음 나온다. 국내에 유일하게 소믈리에 학과를 개설한 마산대학 이학진 학장은 “소믈리에 학과 학생 전원이 보르도 샤토에서 매년 정기적으로 현장 실습을 하기로 했다”고 최근 밝혔다.

마산대 이학진 학장(左)과 포도밭 주인인 크리스티앙, 김원용 사장이 샤토 오브리제의 포도밭에서 포도알을 따서 맛을 보고 있다.


한국 학생들이 보르도의 와인 제조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올 초 재불 사업가 김원용씨가 현지 포도밭을 구입하면서다. 김씨는 일 관계로 친분이 있던 ‘샤토 오브리제’ 주인 크리스티앙으로부터 포도밭 5㏊를 샀다. 파리에서 일을 하지만 주말에는 자연 속에서 와인과 함께 지내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얼마 후 김씨와 30년 지기이자 사돈인 마산대학 이학진 학장은 김씨가 포도밭을 구입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전화를 걸었다. 이 학장은 “우리 학교 소믈리에 학과 학생들이 자네 포도밭에서 연수하면 어떻겠냐”고 제의하면서 이뤄진 것이다.

이 학장은 이 달 초 소믈리에 학과 교수 등과 함께 보르도 현지를 둘러봤다. 40명이 일을 하기에는 충분한 공간이고, 시설도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마산대학은 현재 김씨 소유 포도밭 인근 샤토 건물 인수를 추진중이다. 이 건물을 학생들이 묵을 연수원으로 개조하기로 했다.

소믈리에 지망생 40여 명은 내년부터 매년 포도 수확철인 9월에 보르도를 방문하게 된다. 포도밭에서 직접 포도를 따고 압착과 발효를 비롯한 포도주 생산 과정에 살펴보게 된다. 수십 년간 샤토 오브리제의 맛을 가꿔온 크리스티앙이 지도를 맡는다. 특히 내년부터 한불 워킹홀리데이 비자 협정이 발효됨에 따라 학교 측은 일부 학생이 현지에서 1년간 머물면서 포도 재배와 와인 제조 전과정에 참여할 기회를 줄 계획이다. 샤토 인근 레스토랑에서 소믈리에 실습생으로 일할 기회도 제공할 예정이다.

학생들의 현장 실습에 들어가는 비용은 교내 기업에서 조달하기로 했다.

이 학장은 “소믈리에는 현장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에 강의실에서 교재만 놓고 하던 수업과는 비교할 수 없이 좋은 공부가 될 것 같다”며 “우리나라에도 와인 애호가들이 많은 만큼 훌륭한 소믈리에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포도밭 소유주인 김씨는 “한국 사람이 가진 포도밭에서 한국인이 만드는 첫 번째 술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라고 밝혔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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