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짓기교실>7.끝.현대시조 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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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현대시조는 우리의 전통시이자 오늘의 시다.
현대시조를 말할 때 우리는 시조라는 장르의 전통이 우리 문학에 무엇을 해주고 있으며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물음과 의문에 접하게 된다.
흔히 전통이란 독창성이 없는 것,이미지나 버린 것,보수적이거나 과거 지향적인 것쯤으로 생각하기 일쑤지만 실은 오늘에 되살려야 할 가치 있는 것,새로운 창조의 기반이 되는 것이 전통의참다운 의미다.
“전통은 그저 상속되는 것이 아니다.전통을 갖기 원하거든 굉장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한 TS 엘리엇의 말과 같이 전통을 살아가는 힘으로써,창조의 동력으로 삼기 위해선 답습과 고수가 아닌 새로운 추구의 연구와 노력이 따라야 한 다.
서정주의.국화 옆에서'나 조지훈의.승무'와 같은 자유시에 시조의 음률이 더욱 인상적으로 나타나고 있음은 시조의 전통이 현대시에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무의식중에 확산되고 있음을 말해 준다.
현대시조가 우리의 전통시로 그 몫을 다하고.오늘의 시'로서 작품성을 제고해 나가기 위해서는 작시 태도와 방법상에 변화를 구하지 않으면 안되리라고 본다.
첫째,주제 의식의 확대다.자연의 아름다움이나 영탄적 정서를 지양하고 실존의 의미와 현실적인 삶의 정서를 노래해야 한다.현실 의식(역사의식)과 현대적 감각이 없는 시조란 현대시조일 수없기 때문이다.
둘째,소재의 확충이다.산수경물만이 시의 소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인간.사물.현상들이 모두 시조의 재료가 되는 것이며 체험적 사실(요소)이 시조의 소재로 선택됨으로써 사실성(현장감)을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시조 형식에 대한 철저한 이해다.3.4나 4.4조로 글자수를 맞춤으로써 시조가 되는 것이 아니다.시조란 4음보의 음보율에 따라 의미(시상)가 전개되는 율격의 시이기 때문이다.시조가 율격(4음보율)시임을 이해함으로써 넓고 다양 한 의미를 자유롭게 표현해 나갈 수 있게 된다.
넷째,상상력의 확대다.시조는 전통적으로 감성적 상상력에 의존해 왔다.그로 말미암아 사상성의 단순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터다.이를 극복하고 사물 또는 생명의 본질적 의미를 형상화해 가기 위해선 논리적 감성과 상상력이 요구되기 때문이 다.
다섯째,다양한 표현법의 시도다.직서적.직정적인 진술을 피하고함축적이며 개성적인 표현법에 따라 감각적인 언어로 시상을 펴보일때 신선감을 주기 때문이다.이상의 사항들이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그러나 시조를 쓰고자 하는 독자들께서 는 이를 숙지해 좋은 시조,명실상부한 현대시조를 써가기 바란다.
그동안 시조 짓기 교실에 관심을 기울여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를 드린다.〈끝〉 김제현〈경기대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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