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돌본 의사 찾아라” 정보전 불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 문제가 불거진 이후 중국은 서방 국가 정보기관들의 대북 정보 수집 각축장이 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29일 “지난 9월 중순 이후 미국과 일본의 정보기관들은 대북 감시망을 총동원해 자그마한 징후라도 먼저 포착하기 위해 진을 치고 있다”고 귀띔했다.

서방 정보기관들이 중국에 몰려드는 것은 중국이 알짜 정보를 챙기고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가 밖으로 새 나가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 왔다.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할 때 북한 요원들은 배설물까지 철저히 수거해 갈 정보로 건강 정보 노출을 꺼렸다”는 게 정보 관계자의 얘기다. 하지만 이번엔 사정이 다르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무엇보다 급작스러운 발병에 대처하기 위해 북한은 중국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국가정보원도 “김 위원장의 병실을 중국 의료진이 지키고 있다”고 국회 정보위에 보고한 바 있다.

서방 정보요원들뿐 아니라 일본 TV 방송 등이 이들 의료진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후지TV는 29일 “김 위원장을 수술하기 위해 프랑스의 뇌 신경 전문의가 27일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서 오후 1시40분에 출발하는 에어차이나항공기를 타고 평양으로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의사는 파리 생탄병원 신경의학과장인 프랑수아 자비에 루인 것으로 밝혀졌다.

후지TV는 “그의 평양행은 장남 김정남의 요청에 의해 이뤄졌으며,방북에 앞서 김정남이 파리에서 카메라에 잡힌 것은 일부러 자신의 동선을 알려 줘 가능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후지TV는 김정남과 만난 것으로 추정되는 프랑스인 의사가 유네스코 주재 북한 대표부 차량을 타고 이동하는 모습까지 목격했다.

 한편 이달 초에는 중국의 고위 대표단이 북한을 극비리에 다녀왔다는 첩보가 입수돼 우리 정보기관을 긴장케 했다. 외교부 부부장급의 인사를 단장으로 한 방북단은 김위원장의 문병단 성격을 띠었으며 쾌유를 기원하고 북·중 친선을 강조하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친서까지 지니고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첩보에 따르면 중국 대표단은 김 위원장을 만나진 못했다고 한다. 북한 측이 “장군님(김정일)이 현재 외부 손님을 만날 수 없다”며 대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면담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사실이라면 김 위원장의 병세가 후 주석이 보낸 특사까지 만나지 못할 정도로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정보 당국은 첩보가 사실인지 여부를 최종 확인하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29일 “중국 정부가 철저한 정보 차단 조치와 함께 함구령을 내리고 있어 김 위원장의 건강 관련 정보가 좀처럼 흘러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이영종 기자

[J-Hot]

▶ 전두환 前대통령 부친, 日순사 절벽서 밀고 야반도주한 '강심장'

▶ MB는 미리 알았다, 그래서 국회서 큰소리 떵떵

▶ 조성민 "내가 그렇다고 애 아버지가 아니냐" 울분

▶ 값싸게 재미보려다 실명·반신마비 부작용

▶ "전라도 OO, 다 잘라버려야 해" 발언한 서장님 결국…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