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 달러 환율 1500원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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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연일 상승세다. 원화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은행들에 지급보증을 서주고, 한국은행이 달러를 공급하기로 했으나 시중의 달러 수요가 계속 커지는 바람에 나타난 현상이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500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또 국제적인 엔고 현상에 따라 원-엔 환율은 더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누가 달러 많이 사나=달러를 사려는 주문은 주로 국내 주식을 처분한 외국인들로부터 몰려든다. 이들은 본국의 자금난 탓에 한국을 비롯한 해외시장에 투자해둔 돈을 빼가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한국의 주식을 많이 파는 것은 국내 기관투자가나 개인들이 꾸준히 ‘사자’ 주문을 내며 외국인의 매도 물량을 받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28일엔 주가가 오랜만에 폭등했는데도 외국인은 280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또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외국인은 5조원어치의 채권을 순매도했다. 이 영향으로 한국은행이 전날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내렸는데도 이날 시중금리는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금리 상승은 채권값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이경빈 신한은행 자산운용팀 과장은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의 채권 매도세가 뚜렷해졌다”며 “이것이 환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로 외국과의 금리 격차가 줄어들었지만, 이것만으로 외국인 채권 투자 자금이 떠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화가치 계속 하락=28일로 원화 가치는 달러에 대해 6일 연속 하락했다. 기술적으로 반등이 나타날 만도 한 때이지만 아직 소식이 없다. 신세돈(경제학) 숙명여대 교수는 “해외에서 한국을 보는 부정적 시각이 꼬리를 물며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에 대한 초과 수요가 개선되지 않으면 원화 가치는 추가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전망이다.

원화는 엔화엔 더 약세다. 이 날 원-엔 환율은 100엔당 1536.96원을 기록했다. 엔화 대비 원화 가치는 한 달 전에 비해 29%, 1년 전에 비해선 48%가 하락(환율 상승)했다. 엔화가 달러를 비롯해 각종 통화에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호주나 뉴질랜드 등 금리가 높은 나라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드가 한꺼번에 회수돼 일본으로 돌아가면서 엔화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대일 적자 안 줄어=원-엔 환율 급등으로 대일 무역적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교과서적으론 환율이 오르면 수출이 늘고 수입은 준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은 생산활동에 꼭 필요한 기계나 부품을 일본에서 들여오기 때문에 이런 원리가 잘 통하질 않는다. 실제로 올해 들어 9월까지 대일 무역적자는 263억22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억3400만 달러 늘었다.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일본팀장은 “일본으로부터의 수입량이 줄더라도 환율이 급등했기 때문에 수입금액은 변하지 않거나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원-달러 환율은 오르는 반면 엔-달러 환율은 내리고 있어 한국 업체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미국 등 우리의 주요 수출시장에서 경기침체가 본격화하고 있어 수출을 크게 늘리기 힘든 상태다. 이성태 한은 총재가 27일 “수출이 계속 잘되길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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