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열릴 G20 정상회의서 우리 경제 실상 제대로 알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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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계 인사들이 해외 금융·언론계와 커뮤니케이션(의사소통)을 많이 해야 한다. 그래야 경제위기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다.”

원로 경제학자인 김병주(69·경제학·사진) 서강대 명예교수가 이런 해법을 내놓았다. 2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세계적인 금융 위기 가운데 유독 한국이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커뮤니케이션 부족’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해외 언론들이 부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한국의 위기를 부풀렸고, 그 결과 외국 자본이 한국 주식을 팔아 치우고 은행에는 돈을 잘 빌려주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WSJ)이나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 등은 최근 한국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는 내용을 잇따라 보도했다.

김 교수는 “호주는 우리보다 경상수지 적자가 크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채 규모도 큰 데 해외 언론이 위기설을 별로 다루지 않는다”며 “커뮤니케이션이 잘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 은행들이 해외에서 장기로는 돈을 잘 빌리지 못하는 것도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해 신뢰를 쌓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금리를 내리는 등 금융·실물 대책에 골몰하고 있지만, 그는 현 상황의 또 다른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이어 “해외 언론의 한국 때리기는 사실 우리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론스타와 같은 해외 자본에 배타적이었다. 해외 언론에는 그런 모습이 못마땅하게 비쳤을 것이다. 한국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이 지금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부족이 겹쳐 화를 키웠다. 우리만 (해외 언론으로부터) 난타당하고 있지 않은가.”

김 교수는 “다음달 15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야말로 우리 경제를 제대로 알릴 호기”라고 말했다. 세계 주요국의 정치·경제계 고위층들이 한자리에 모이고, 언론의 눈길까지 쏠리는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G20 정상회의는 미국·일본·한국 등 20개국이 참가하며, 재무장관 회의도 함께 열릴 예정이다.

또 “G20 회의에는 해외 경제계 인맥을 구축하고, 신뢰를 받는 사람이 나서야 하는데 지금 경제팀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등 경제팀을 G20 회의 전에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현 경제팀은 초반부터 서로 의견이 맞지 않는 등 삐걱거리는 바람에 신뢰를 잃었다”며 “이제 바꿔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경제 사령탑으로 누가 적임인가’라는 질문에는 “시장의 신뢰를 받고, 한국 경제를 해외에 대변할 능력을 갖춘 사람이 됐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라고만 강조했다.

금리 인하 등 현 정부의 대책에 대해서는 “방향을 제대로 찾고 있다”고 평가했다. 종합부동산세 완화 방침도 기업규제 완화의 하나로 해석했다. “전체 종부세의 70% 이상을 기업이 내는 것으로 안다. 종부세 완화는 결국 기업의 투자 여력을 늘려주는 것이다.”

위기 극복엔 온 국민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환위기를 넘을 때처럼 한마음이 돼야 한다. 그런데 힘을 모아야 할 마당에 시위를 하는 사람도 있으니…. 에너지 소비를 줄여 외화를 아껴야 할 텐데 한강 다리에 불을 휘황하게 밝히는 건 또 뭔가.”

마지막으로 “경상수지가 빨리 흑자를 내도록 해외 골프 등을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경제가 다 침체라지만 그래도 중국이 8%대 성장을 할 것이므로 우리가 무역수지 흑자를 낼 수 있다. 이것이 경상수지 흑자로 이어져야 신뢰와 신용도가 높아지고 환율이 안정될 것이다. 온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 불필요한 외화 지출을 줄이는 게 필요하다. 지금의 위기를 한 방에 끝내는 정책은 없다는 것을 명심하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

글=권혁주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 김병주 교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0년부터 서강대 교수로 재직했다. 금융산업발전심의위원장 , 국민·주택은행 합병추진위원장 을 지내 경험이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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