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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유학생 원화 송금 2배 더 받아도 1년 전 수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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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해외에 사는 한국인들의 삶이 매우 고달프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원화 환율 때문이다. 학비와 생활비 부담이 부쩍 커져 유학생 일부는 보따리를 챙겨 귀국길에 오르고 있다. 같은 돈(원화)을 받더라도 환율 폭등으로 상대적으로 달러 등 현지 월급이 줄어든 주재원들은 자린고비 생활로 접어들었다.

◆한숨 쉬는 유학생들=“정말 큰일입니다.” 게이오(慶應)대에 유학 중인 여대생 최모(23)씨는 27일 도쿄 시내 외환은행 지점에서 부모님이 보낸 돈을 찾은 후 한숨부터 내쉬었다. 동생과 함께 2년째 도쿄에서 유학 중인 그에겐 학비·생활비 등으로 매달 15만 엔 정도가 필요하다. 그는 “금융위기 전만 해도 한국에 있는 부모님이 매달 140만원을 보냈는데, 지금은 1년 전보다 원화 송금액을 거의 두 배로 늘렸지만 환율이 올라 엔화로 환전한 돈은 예전보다 1만~2만 엔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날 환율은 100엔당 1530원까지 급등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한국 유학생이 살던 집을 내놓는 시기는 보통 졸업 시즌인 5∼8월이다. 그러나 요즘은 학기 도중인데도 유학생이 원룸 등을 구할 때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한국 학생이 내놓은 집이 줄지어 올라오고 있다. 유학생 박모씨는 “프랑스 유학의 장점은 학비가 싸다는 점인데 최근에는 환율 때문에 생활비가 너무 늘어 짐을 싸는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뉴욕 라과디아 칼리지 영어 과정에 다니는 김모씨는 “아르바이트를 하지 못해 부모님에게서 학비 지원을 받고 있는 한국 유학생은 요즘 고민이 많다”며 “이번 금융위기 이후 주변의 몇몇 유학생은 갑자기 귀국했고, 계획을 바꿔 이번 학기만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친구도 3~4명이나 된다”고 털어놨다.

◆움츠러든 교민 사회=베이징(北京)에서 미국계 국제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이모(41)씨는 “14만 위안이던 학비를 두 번으로 나눠 납부하기로 했는데 남은 학기 수업료가 1년치가 돼 버렸다”며 “다음 학기에는 귀국하는 방안을 심각히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의 한국 국제학교 관계자는 “최근 들어 미국·영국계 국제학교에서 상대적으로 학비가 싼 한국 학교로 전학오려는 학부모의 상담이 10여 건이나 된다”고 전했다. 일부 교민은 급전 마련을 위해 1∼2년 전에 구입한 아파트를 헐값에 매물로 내놓고 있다.

한국에서 원화와 유로로 나눠 송금을 받는 파리 주재원들도 힘들다. 최근 들어 유로화가 크게 오른 데다 물가도 급등하고 있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2년 전부터 파리에서 근무하는 중소기업 주재원 김모씨는 “유로화가 올라서 월급이 크게 깎인 셈인데, 본사에서는 경비 절감 지시가 내려져 최저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홍콩에서 물류회사를 운영하는 김모 지사장은 “회사 규정상 월급의 절반은 의무적으로 홍콩으로 송금하는데 원화가치 하락으로 최근 한 달 새 월급이 30%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월급을 모두 송금받고 있다는 홍콩의 C무역회사 직원 정모씨도 “이달 월급이 지난달보다 5000홍콩달러(약 95만원) 정도 줄어 거래선을 만나는 일을 빼고 직원 술자리는 거의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다퉈 한국으로 송금=환율 차익을 노린 해외 교민들의 달러 송금 러시로 한미·나라 등 미국 내 한인교포 은행들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한 교포은행 간부는 “교민들이 200만~300만 달러씩 예금을 인출해 한국으로 부치는 경우도 많다”며 “단기간에 30~40%의 이윤을 노리고 빠져나가는 돈을 막을 수도 없어 사실상 속수무책”이라고 전했다. 도쿄 유라쿠초(有樂町)의 외환은행 도쿄지점에서는 27일 서울에 송금하려는 한국인이 쇄도하자 오전 11시30분에 접수번호표 발행을 중단했다.

홍콩·뉴욕·도쿄·베이징·파리=최형규·남정호·박소영·장세정·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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