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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불금 파문’ 후폭풍 조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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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쌀 소득 보전 직불금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만 해도 남의 일인 줄만 알았는데…. 요즈음 같은 부동산 불경기에 논을 팔러 부동산중개소를 전전하는 신세가 됐어요.”

2004년 울산시 울주군에 논 2967㎡(1200평)를 구입한 울산시 공무원 A씨는 “불과 일주일여 만에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기분”이라며 안절부절못했다. A씨는 며칠 전까지도 직불금 파문이 자신을 비켜 가는 줄 알았다고 한다. 현지에서 소작을 맡은 B씨가 매년 18만여원의 직불금을 직접 받아왔기 때문에 신고의무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림수산식품부 주도로 27일부터 전국의 직불금 수령자 전원에 대한 일제조사를 하면서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B씨가 자신의 논을 소작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자신은 농지취득 자격이 없는 비자경농으로 적발되고, 적발 때부터 6개월 이내에 토지를 무조건 처분하도록 농지법에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이행하지 않은 지주는 해당 농지 토지가액(개별 공시지가)의 20%에 해당하는 이행 강제금을 매년 내야 한다. 땅을 팔지 않을 경우 5년이면 땅값에 해당하는 금액을 물어야 한다는 얘기다.

쌀 소득 보전 직불금 불법 수령 파문이 부동산 시장에 후폭풍을 일으킬 조짐이다. 자경(自耕) 여부에 대한 전국적인 정밀 실태조사를 계기로 위장 자경농지가 무더기로 적발돼 향후 6개월 이내에 강제 매물로 쏟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울산시 서인석 농축산과장은 “직불금을 구경한 적도 없는 사람 가운데도 비자경농이라는 사실이 적발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약삭빠른 지주가 사과·단감 등 과수를 심어두고 방치하면서 자작농으로 인정받기도 하지만 비자작농으로 적발된 이후로는 이렇게 해도 자작농으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농지법 6조에는 ‘자신이 직접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않을 경우 농지를 소유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농사를 지어온 부모로부터 상속을 받았거나, 매입한 농지에서 8년 이상 직접 경작한 사람 등 극히 일부만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각 지자체 감사관실을 통해 직불금 수령 사실을 통보한 5만여 명의 공무원·공기업 직원에 대한 현지조사를 31일까지 벌인다. 농수산식품부도 27일 현지 농민을 포함한 직불금 수령자 전원에 대해 일제 조사에 들어갔다. 12월 19일까지 관외지주(토지 소재지 이외 지역에 주소를 둔 사람), 이후 연말까지는 관내 지주(토지 소재지나 인근에 주소를 둔 사람)가 대상이다. 이 조사에는 2005~2008년 사이 직불금을 한 번이라도 받은 사람 전원이 대상이다. 공무원뿐 아니라 회사원은 물론 현지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까지 모두 포함된다.

이기원·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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