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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없다면 미래 믿고 주식투자 해도 좋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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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이제부터 모든 인터뷰를 거절하려고 합니다. 저는 상당히 거품이 끼어 있는 사람이에요. 저 같은 장삼이사의 한마디에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것 자체가 ‘난세’입니다.”

‘시골의사’로 알려진 경제평론가 박경철(43·사진)씨는 “이제 (주식에 대해) 입을 닫겠다”는 ‘함구 선언’으로 말문을 열었다. 27일 오후 열린 『시골 의사의 주식투자란 무엇인가』시리즈(리더스북) 완간 기념 기자간담회 자리에서였다. 『시골 …』는 ‘통찰편’과 ‘분석편’ 두 권으로 이뤄진 대중 주식투자서다. 이달 초 나온 1권 ‘통찰편’은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랐고 그새 7만 권이나 팔렸다.

그만큼 주식시장이 갑갑했기 때문이었을 터다. 기준금리가 0.75%포인트나 내린 이날도 장중 900선이 붕괴되는 등 주식시장은 패닉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자연히 그의 입에 시선이 집중됐다. 그는 지난해 중국 증시가 고공행진 할 때 “중국 증시는 눈 덮인 똥밭”이라며 “빨리 빠져나오라”고 조언해 다시 한번 ‘족집게’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을 아꼈다. 그는 “누구의 전망도 추종해야 할 미래가 아니다”라며 “누구의 전망이라도 ‘가능성의 기준’으로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나는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가 낙관론 쪽인지 비관론 쪽인지조차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현 위기는 인류 역사상 처음 겪는 성격의 위기”라며 “과거 사례가 전혀 없는 현상을 두고 무슨 근거로 얘기할 수 있겠느냐”고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한 달 새 반토막 난 국내 증시에 대해 그는 “불안 심리 자체가 불안의 요인”이라고 짚었다. “정부 말대로 국내 기업은 부채 비율도 낮고 영업 실적도 좋다”며 “하지만 분명 불량기업·한계기업이 있을 텐데 이를 정리하지 않고 두루뭉수리로 안고 가려다 보니 일단 다 피하고 보자는 심리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국내 증시의 폭락 현상을 ‘한국판 서브프라임’”이라고 정의했다. 마치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채권이 2% 정도에 불과한 데도 정상 채권과 불량 채권이 마구 섞여 있다 보니 전체 금융위기로 확대된 것과 같은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현재 자본시장이 원하는 것은 의구심 종식”이라고 강조했다.

혼란스러워하는 투자자들을 향한 그의 충고는 “미래를 믿어라”다. 시장이 이 위기를 어떻게든 해결하고 앞으로 나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라는 말이다. 또 “결국 봄은 올 테니 그때까지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며 “시장은 살아남는 자에게 돈을 벌게 해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어느 것이 ‘살아남는 방법’인지에 대해서는 “정답은 없다”고 말했다.

시종일관 단정적인 대답을 피한 그가 유일하게 소리 높인 대목이 하나 있었다. 바로 “빚을 지고 있는 상황은 무조건 피하라”였다. 현재 대출이 있는 사람은 일단 주식에 대한 신경을 끄고 대출 원금을 줄이는데 집중하라는 것이다. “부채는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것”이라며 “이번 위기가 지나고 나면 ‘부채도 재산’이라는 말이 제일 무서운 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채 없는 사람은 지금 주식 투자해도 좋다”고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후회 안 할 것”이란 전망도 함께였다.

글=이지영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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