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전두환씨 비자금 끝은 어디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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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가 全씨의 비자금 가운데 일부를 관리해온 단서가 드러나 그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검찰이 全씨 비자금 206억원에 대한 추적 과정에서 문제의 비자금이 포착됐으며, 李씨가 현재 관리 중인 채권이 130억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로선 李씨가 관리해온 채권 모두를 全씨의 비자금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李씨는 "1983년 신고된 재산인 40억원 가량을 친정 아버지 등이 관리를 맡아왔으나 부친 사망 후 내가 채권 형태로 직접 관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재판정에서 자신의 금융자산이 예금 29만1000원뿐이라던 全씨의 발언을 기억하는 국민으로선 이러한 돈의 규모에 대해 심한 분노와 허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全씨는 지난 2월 검찰의 방문 조사 때도 "비자금은 다 써버렸으며 96년 이후 보관 중인 돈은 없다"고 버텼다. 그럼에도 부인 李씨가 거액의 채권을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으니 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또 차남 재용씨가 축의금을 받아 불렸다고 주장하는 167억원 가운데 73억원이 全씨의 비자금 중 일부로 확인됐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의심스러운 뭉칫돈들이 부인 이름으로, 아들 이름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으니 全씨 비자금의 끝은 어디인가. 전직 대통령 일가가 이렇게 비자금 속에 얽혀 있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은 참담해하고 분노하고 있다.

李씨가 검찰 조사 과정에서 200억원을 추징금 대납 형식으로 국가에 내겠다고 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全씨가 내야 할 추징금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97년 4월 법원에서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받은 뒤 7년간 332억원만 납부했기 때문이다. 차남이 구속되고 부인까지 검찰에 불려가 조사받은 상황에서 全씨가 모르쇠로 일관하려 한다면 참으로 부끄러운 처신이다. 全씨는 이제라도 감춘 돈 전모를 솔직히 털어놓고 추징금을 내야 한다. 그것이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옳은 처신이자 자신과 가족을 살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