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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봤습니다]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 LP64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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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르기니는 페라리와 쌍벽을 이루는 수퍼카 브랜드다. 이탈리아에서 트랙터와 냉난방 기기 사업으로 크게 성공한 페루치오 람보르기니(1916~93)가 63년 창업했다. 창업 배경이 재밌다. 새로 구입한 페라리 250GT의 클러치가 고장 나 본사에 항의했다가 페라리 사장인 엔초 페라리로부터 “가서 트랙터나 운전하라”는 모욕을 당한 뒤 직접 회사를 차렸다.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람보르기니는 평생 페라리를 향한 라이벌 의식을 불태웠다. 람보르기니가 내놓은 새 모델은 항상 동급의 페라리보다 빨랐다. 심지어 그는 “엔초 페라리보다 오래 살겠다”고 공공연히 말했다고 한다. 이런 치열한 라이벌 의식이 람보르기니를 키운 원동력이었다.

람보르기니는 64년에 첫 차 350GT를 내놓은 이후 미우라·카운타크 등 주옥 같은 모델을 줄줄이 선보였다. 미우라는 엔진을 승객실과 뒷바퀴 사이에 놓은 미드십 방식으로 레이스 전용차를 일반 스포츠카에 접목한 주인공이다. 가위처럼 빗겨 열리는 카운타크의 도어는 오늘날 수퍼카의 징표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카운타크 이후 람보르기니는 서서히 침몰했다.

람보르기니는 한 차례 파산을 겪고, 여러 주인을 거쳐 98년 아우디에 인수되면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람보르기니 부활의 신호탄이 된 모델이 바로 2002년 선보인 무르시엘라고다.

무르시엘라고는 강력한 12기통 엔진과 든든한 네바퀴 굴림 시스템이 잘 어울린다. ‘수퍼카=운전이 까다로운 차’의 선입견을 과감히 깼다. 이름은 스페인어로 ‘박쥐’라는 뜻. 19세기 말, 스페인 투우 경기에서 24번이나 칼을 맞고도 쓰러지지 않은 전설적인 싸움소의 이름이기도 하다.

최근 일본 도쿄에서 시승한 모델은 2006년에 배기량을 6.2L에서 6.5L로 키우고 겉모습을 한층 과격하게 다듬은 무르시엘라고 LP640. 겉모습은 자동차라기보다 땅바닥에 납작 엎드린 로봇 같다. 차는 거대하다. 사이드 미러까지 합치면, 너비만 2.2m가 넘는다.

하지만 막상 운전석에 앉으면 버거운 덩치를 쉽게 잊게 된다. 시승차의 변속기는 수동을 기본으로 하되 클러치 페달이 없는 e-기어. 따라서 640마력의 출력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가혹하게 다루면, 평생 잊을 수 없는 공포와 쾌감을 안겨준다.

이 차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불과 3.4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최고 시속은 무려 340km에 달한다. 가격은 4억9090만원. 디자인이나 성능, 값 모두 상식을 훌쩍 뛰어넘는다. ‘수퍼카’ ‘드림카’라고 불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월간 스트라다=김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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