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레드냐 화이트냐 ‘와인시리즈’ D-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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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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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와 두산이 26일 시작하는 200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에서 맞붙는다. 두 팀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승부를 벌이게 됐다. 인천과 서울을 연고로 하는 양팀의 한국시리즈는 지하철(전철)을 타고 오갈 수 있다는 뜻에서 ‘지하철 시리즈’로 불린다. 팀 컬러가 와인 색(SK-레드, 두산-화이트)과 비슷해 ‘와인 시리즈’로도 불린다. SK는 팬들에게 빨간색 옷을 입고 경기장에 와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두산은 흰색 막대풍선으로 분위기를 띄운다.

 2008 한국시리즈에서는 김성근(66) SK 감독과 김경문(50) 두산 감독의 ‘27년 애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산-삼성의 플레이오프가 김경문-선동열 감독의 ‘방장-방졸 대결’이었다면 한국시리즈는 ‘스승-제자 대결’이라 부를 만하다.

◆감독-선수로 시작된 인연=1982년 OB(현 두산)에서 코치와 포수로 인연을 맺은 두 사령탑은 김성근 감독이 84년부터 OB 감독에 오르면서 본격적인 ‘사제의 연’을 이어갔다. 당시 OB 포수는 김경문과 조범현(현 KIA 감독)이 번갈아 맡았다. 공교롭게도 김성근 감독이 부임하면서 김경문은 고질인 허리 통증이 심해져 출전 경기 수가 줄어들고(83∼84년 62→36경기), 대신 조범현은 출장 기회(83∼84년 41→77경기)가 늘어났다.

김경문 감독은 “김성근 감독님이 부임한 뒤 하체를 비롯한 체력훈련을 지독하게 시켰는데 말없이 따라 하다가 마침내 허리 통증으로 고개를 숙이지 못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결국 허리 수술을 하자 감독님도 나중에 ‘그렇게 아픈 줄 몰랐다’며 놀라더라”고 회상했다.

김성근 감독(左), 김경문 감독(右)

◆승부 앞에 쌓인 앙금=20년의 세월이 흘러 프로 사령탑으로 재회한 두 감독은 공교롭게도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나란히 생애 첫 우승에 도전했다. 결과는 SK의 4승2패 역전승. 특히 양팀 선수들의 빈볼 시비와 난투극이 벌어지자 김경문 감독은 “선배들한테 페어 플레이를 하라고 배웠다. 꼭 이렇게까지 해서 이겨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흥분했고, 김성근 감독은 “과민 반응 아닌가”라고 노련하게 응수했다. 둘의 앙금은 올 시즌 초까지 이어졌다. 김성근 감독이 “올림픽 예선에 나섰던 SK 투수들이 허리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대표팀에서 선수 관리를 잘못했다”고 비난하자 김경문 감독은 “그럼 직접 대표팀을 맡으시라”며 맞섰다.

◆올가을 남겨질 드라마는=그러나 올 8월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둘 사이에 해빙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방송 해설을 위해 베이징을 찾은 김성근 감독은 김경문 대표팀 감독의 용병술에 대해 “뒤에 귀신이 붙어 있는 것 같다. 하는 것마다 맞아떨어진다. 대단한 덕장”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9월 양팀의 정규시즌 최종전에서는 김성근 감독이 직접 두산 감독실을 방문해 김경문 감독에게 인사를 하는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제 둘은 또다시 물러설 수 없는 운명의 순간을 맞이했다. 2008년 가을은 두 감독의 애증 인생에 어떤 기억을 더하게 될까.

신화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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