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문기자칼럼>所信 굽힐 수도 있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시민에게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라.』 며칠전 조순(趙淳)서울시장이 시 간부회의에서 한 지시다.그에 따라 남산 1,3호터널 혼잡통행료가 11일부터 징수된다.버스등 대중교통수단은 면제차로를 이용해 논스톱으로 통과하고,혼자 탄 승용차는 한없이 기다리다 2천원을 내고 가는 시스템이다.
그러다 「기이한」 일이 터졌다.지시를 받은 서울시 관계관은 면제차로 설치를 경찰에 의뢰했다.그러나 경찰은 법적 근거가 없다며 한마디로 거부,차질이 생긴 것이다.
시민들은 6개월 넘게 혼잡통행료를 준비하면서 관계법도 들여다보지 않은 당국의 행정태만을 질타하다가,또 면제차로가 안되니까안내판을 세우는 「편법」을 쓰면서까지 강행하겠다는 다음 소식에아예 말문을 닫고 있다.세계 유례가 없는 수동 (手動) 혼잡통행료가 정말 그런 식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인가.
서울시는 또 연말이면 된다던 성수대교 개통을 해명 한마디 없이 슬그머니 내년 6월로 미뤘다.그리고는 당산철교.양화대교 구교는 12월중에 철거할 예정이다.한강다리 세개나 되는 도강(渡江)능력을 한꺼번에 줄이면서 서울시는 고작 당산역 ~홍대역간 무료셔틀버스 운행대책 뿐이다.서강대교를 신촌쪽으로 연결하고,경인고속도로 연결축을 충분히 손 본 후에 철거해도 「늦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을 귀담아들을 생각도 없다.
서울시는 이렇듯 요즘 교통대책을 너무 「소신있게」 추진한다.
시장(市長)이 한번 결심하면 옳든 그르든 그만이고,아예 날짜까지 맞추자는 식이다.혼잡통행료는 자동설비를 갖춘 후에,또 당산철교도 서강대교 북측연결로등 도강대안을 좀 더 마 련한 다음에철거하면 무슨 문제가 있는지,여의도를 통과할 지하철 5호선에 정말 「자신」이 있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
서울시는 올해 버스전용차로도 크게 확대했다.이 또한 실무자들은 시장의 소신을 너무 반영,웬만한 도로에까지 전용차로를 막무가내로 설치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이미 걷잡을 수 없이 혼잡하던 도로를 또 막는 우(愚)를 범한 곳이 여러군데 다.경찰이 오히려 승용차를 버스전용차로로 유도하는 곳까지 있다.이제 곧 서울시내 대부분의 버스전용차로는 경인고속도로 다인승(多人乘)차로처럼 「지키는 사람만 지키는」 실패사례가 될지도 모른다.
사정이 변하면 소신도 바뀌어야 한다.지하철개통을 계속 늦추며길을 더 막고,있는 다리는 끊어버리고,게다가 터널에서 돈을 받으면 서울시민은 정말 너무 불편하다.서울시장의 소신은 정녕 굽힐 수 없는 것인가.
음성직 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