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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 역풍에 상장사 또 문 닫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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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통화옵션 상품인 키코(KIKO)로 인한 손실로 문을 닫는 상장사가 또 나왔다.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철강 기계설비 제작업체인 IDH다. 태산LCD에 이어 두 번째다.

IDH는 경영 정상화를 위해 대구지방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고 20일 공시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IDH는 상반기 440억8100만원의 키코 손실을 입었다. 자기자본(359억원)의 122.9%에 달한다. 이 때문에 이 회사는 상반기 흑자를 내고도 자기자본 10억원 미만과 자본잠식률 50% 이상의 사유에 해당돼 관리종목에 지정됐었다. 3분기 들어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IDH의 손실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에 이른 것이다. IDH는 21일부터 거래가 정지됐다.

환율이 1300원 선에서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어 키코에 가입한 기업들의 손실 폭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단기 환율 하락을 노리고 키코 피해주에 투자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솔로몬투자증권 김중원 연구원은 “영업이익이 꾸준히 증가하는, 펀더멘탈(기초체력)이 양호한 기업이라도 최소한 3분기 실적 발표 전까지는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달 17일부터 거래가 정지됐던 태산LCD는 채권단이 지원을 결정해 워크아웃 체제에 들어가면서 이달 13일부터 거래가 재개됐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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