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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중국 黃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저녁 햇살이 한줄기 붉은 빛을 남기며 서산으로 넘어간다.차츰 빛이 약해지고 골짜기 밑에서 안개가 올라온다.석양에 비친 안개는 연분홍빛 장막처럼 드리워진다.
황산(黃山)에서 일몰을 가장 잘 볼 수 있다는 파이윈팅(排雲亭)앞.많은 사람들로 발디딜 틈조차 없다.베이징(北京)의 사진작가는 2시간전부터 자리를 잡고 아름다운 해넘이를 카메라에 담는다.영국에서 왔다는 60대 노인도 카메라앵글을 맞추기에 여념이 없다.
마지막 남은 빛마저 사라지면 작은 등불이 하나 또 하나 창공에 불을 밝힌다.더할나위 없는 고요가 산을 덮으면서 하루가 끝난다. 그런가 하면 황산은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으려는관광객들로 오전4시부터 소란스럽다.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칭량팅(淸凉亭.1천6백40)주변은 시간이 지나면서 몰려드는 사람들로 붐빈다.추위에 떨며 웅성거리던 이들도 동녘하늘의 구름이 발갛게 물들 즈음 모두 숨을 죽인다.검은 윤곽을 나타내는 기암괴석 틈에서 피어난 소나무 위로 아침 해가 빼곡이 머리를 내민다. 『하오하오(好好).』 일제히 튀어나오는 환호성이 산정을 가득 메운다.
기기묘묘한 모양의 72개 봉우리로 이루어진 황산은 안후이(安徽)성 남동부에 있다.롄화펑(蓮花峰.1천8백74).톈두펑(天都峰.1천8백30).광밍딩(光明頂.1천8백41)등 3개의 주봉은1천8백가 넘는다.황산의 면적은 약 5백평방㎞.
지리산국립공원(4백40평방㎞)과 설악산국립공원(3백73평방㎞)에 비해 조금 넓은 편이다.
황산은 지리산(1천9백15)이나 설악산(1천7백8)과 높이가비슷하지만 느낌은 상당히 다르다.황산은 거의 대부분 기암으로 이뤄진 반면 지리산은 흙이 대부분인 육산(肉山)이다.설악산은 육산과 기암이 적당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
뾰족뾰족 튀어나온 황산의 봉우리는 설악산의 천화대나 범봉을 옮겨다 놓은 듯싶다.이들 봉우리는 골짜기밑에서 직각의 독립봉으로 솟아있다.암벽등반가라면 거대한 암장을 보고 오르고 싶은 충동에 빠져들게 된다.바람따라 골골이 피어오르는 안 개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기암괴석은 보는 각도와 시간에 따라 천(千)의 얼굴을 한다.
***이 곳에서는 바위산 봉우리 어디에서나 카메라 셔터를 눌러도 동양 수묵화가 곱게 묻어나온다.천길 낭떠러지 밑을 내려다보면 아름다운 단풍의 물결 때문에 그 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유혹마저 느끼게 된다.당나라 시선(詩仙) 이백(李白.701~7 62)은 『32개의 연잎으로 둘러싸인 황산은 갓 피어난 연꽃봉오리같다』고 노래했다.황산 제1봉인 롄화펑에 오르면 이백의 마음을 알 것같다.
황산에는 아름다움을 예찬한 글들이 바위 곳곳에 적혀있다.마오쩌둥(毛澤東)은 위빙러우(玉屛樓)바위에 「강산이 이처럼 아름답구나(江山如此多嬌)」란 시구를 적어놓았다.
황산은 지난 90년12월 유네스코로부터 세계 자연유산의 하나로 인정받았다.황산이 국민관광지로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이보다3년 앞선 87년이었다.중국정부는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황산의모든 등산로를 돌계단으로 만들었다.산밑에서 지 고 올라간 화강암만 해도 무려 4만개가 넘는다.계단을 놓을 수 없는 곳은 바위를 뚫어 길을 만들었으니 그 규모와 발상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황산의 사절(四絶)로 기송(奇松).기암(奇岩).운해(雲海).온천이 꼽힌다.높은 봉우리와 아득하게 깊은 계곡의 조화,그리고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는 황산의 신비를 더해준다.1년중 8개월은 구름과 피어오르는 안개에 싸여있어 장관을 연출 한다.
구름은 파도가 넘실대는듯 끝없이 펼쳐지고 점점이 피어오른 산봉우리는 작은 섬처럼 보인다.
산행코스는 츠광거(慈光閣)~위빙러우~바이부윈티(百步雲梯)~롄화펑~광밍딩~파이윈팅에서 일몰을 감상한뒤 베이하이(北海)빈관이나 황산시하이(黃山西海)빈관에서 1박한다.
다음날 스쯔펑(獅子峰)과 스신펑(始信峰)을 구경한뒤 바이어링(白鵝嶺)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윈구스(雲谷寺)로 하산한다.이중가장 힘든 곳이 황산 제2봉인 톈두펑이다.
이곳은 85도의 경사진 암벽을 약 1시간 올라야 한다.등산로는 다른 곳과 마찬가지.돌계단으로 이어져 있고 쇠난간을 박아놓았지만 대단히 험해 겨울에는 통행을 금지시킨다.황산에는 2개의케이블카가 있다.케이블카에서 바라다보는 황산은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6인승의 츠광거 케이블카는 지난 7일 개통됐다.길이는 2천10로 6분이 소요된다.이용료는 외국인 70위안(약 7천원),내국인 45위안이다.바이어링~윈구스를 연결하는 40인승 케이블카는 아시아에서 가장 길며 (2천8백3) 8분이 소요된다.요금은 외국인이 60위안,내국인이 35위안이다.
김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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