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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소설인가 포르노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한 작가의 소설이 또다시 외설이냐 예술이냐를 두고 시비가 되고 있다.음란폭력성조장매체 대책시민협의회(음대협)가 작가 장정일의 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펴낸 출판사에 항의문을 보내 소설의 즉각 회수와 폐기를 요청했다.한국간행물 윤리위원회도이 소설에 대한 심의를 이달말까지 끝낼 예정이다.
우리는 어떤 형태의 검열이든 예술작품이 부당하게 가위질 당하거나 판매금지되는 일이 일어나선 안된다고 생각한다.그러나 여기엔 단서가 있다.과연 그것이 예술작품이냐는 점이다.물론 외설과예술을 판단할 명백한 기준은 어디에도 없다.그 사회의 도덕률과상식에 따를 뿐이다.또하나 분명한 잣대가 있다면 아직도 가치 판단이 서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어떤 피해를 줄 것이냐는 판단기준일 것이다.이래서 저질 음란.폭력영상물에 대해서는 사전심의가세계적 추세고 간행물에 대해서는 사후심의를 하는 것이다.
문제 소설의 경우 음대협 지적대로 전체의 80%이상이 성행위묘사로 일관하고 있다.그것도 가학적 변태행위다.30대의 유부남과 18세의 여고3년생이 벌이는 불륜의 성관계가 어떤 음란영상물보다도 적나라하게 묘사되고 있다.사회의 도덕률 과 상식에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이 청소년에 미칠 피해는 극심하리라 예상된다.
아버지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나 현행 입시제로 고생하는 고3생들의 고뇌가 간혹 삽입되지만 이는 작가의 교묘한 위장술일 수 있다.만약 이 소설이 성적 감성과 자극에 민감한 중.고생들에게전해졌다고 해보자.이미 여중.여고생의 등교길 분 만사건이 일어날 만큼 우리 청소년들은 성의 무방비상태에 와 있다.이런 소설이 불륜을 미화하고 기괴한 성관계를 청소년들의 통과의례처럼 상식화하는 촉매역할을 할 수 있다.
명망있는 출판사고 주목받는 작가가 이런 사회적 악영향을 조장할 소설을 냈다는게 유감이다.외설이냐 예술이냐는 「심판」을 받기 전에 작가.출판사가 앞장서 작품을 회수하는 것이 작가와 출판사의 명예를 살리면서 외설시비를 종결짓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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