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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화가 보테로 경주 선재미술관서 작품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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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인도에 다녀온 사람들의 얼굴이 부처님을 닮듯 미술관을 나서는사람들의 모습이 풍만하고 넉넉해져 있다.
짐짓 근엄한 표정으로 관람객을 빤히 쳐다보는 인물들.그러나 풍선처럼 부풀려진 그들의 과장된 몸매는 어느새 관람객들의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정물속의 과일도 먹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통통하게 살쪄있고,거대한 『작은새』는 만화의 캐리커처처럼 친숙하다.유머가 느껴지면서도 기존 권위에 대한 신랄한 풍자와 은유가 엿보인다.「뚱뚱함의 아름다움」으로 독특한 예술세계를 구축한 콜롬비아 출신의 세계적 화가이며 조각가인 페르난도 보테로의 작품전이 지난 18일부터 내년 1월말까지 경주 선재미술관(0561-745-7075)에서 열리고 있다.
국내 최초인 이번 보테로전에는 50여점의 회화와 30여점의 데생,그리고 피카소나 무어의 작품들에 비견되는 8점의 기념비적청동조각과 12점의 조각소품등 1백여점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형태론적인 측면에서 자코메티의 대칭점에 서 있는 보테로.그는 92년 파리 상젤리제와 93년 뉴욕 파크 애비뉴에서의 야외순회조각전을 계기로 세계적인 인기작가로 부상했다.
콜롬비아는 물론 미국.유럽.동아시아등 세계 어디를 가도 이제그의 「뚱뚱함」은 「아름다움」으로 강렬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포스트 모더니즘계로 분류되는 그의 작품세계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고야.벨라스케스.피카소등의 작품들을 끊임없이 베끼면서형성됐다.즉 고야로부터 풍자성을 익혔고,벨라스케스로부터는 세밀한 묘사법을 배웠다.
그리고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로부터는 기하학적 구도를,피카소로부터는 다양한 양식을 종합하는 능력을 배워 라틴풍의 감수성으로 흡수했다.
그 결과 육중하고 팽창된 형태로 나타난 그의 작품들은 가스통라레즈의 풍만한 나체나 레제의 팝 아트에 맥이 닿아 있다는 평을 듣는다.자신의 작품들에 대해 『한번도 뚱뚱한 인물이나 동물을 표현하려고 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그는 오 히려 자신의 작품들이 『홀쭉하다』고 항변한다.뚱뚱하게 그리는 의도가 삶 그자체,나아가 존재의 의미를 일깨워 주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경주=유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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