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들의 통곡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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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호 26면

10년 가까이 주식투자를 해 온 장모(자영업자·48)씨는 얼마 전 빈털터리로 주식시장을 떠났다. 외환위기·대우사태·카드대란 등 온갖 풍파를 겪었지만 이번 금융위기에 백기를 들고 말았다. 그는 10월에 증시가 패닉에 빠지자 단기반등을 확신하고 신용매수를 통해 투자를 크게 늘렸다. 그러나 며칠 새 시장은 역사상 최대 폭락을 기록했다. 장씨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반대매매’를 당하고 결국 시장을 떠나야 했다.

올 초 중국펀드에 투자한 최모(회사원·39)씨는 얼마 전 눈물을 머금고 펀드를 환매했다. 아파트 중도금 납부가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펀드를 불려 중도금을 해결하려 했지만 기대 이하의 투자수익률로 중도금의 3분의 1도 채우지 못했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부족액을 대출받기도 어렵지만 빌린다 해도 높은 금리를 생각하면 속이 탄다.

필자 주변에서도 요즘 ‘개미들의 통곡’이 자주 들린다.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는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예상치 못했던 폭락이었다. 여기서 얻을 교훈은 역시 ‘위험 관리’다.

위험관리의 아킬레스건은 빚을 내서 과도하게 투자하는 레버리지(Leverage) 투자다. 부동산 담보대출을 이용해 무리하게 부동산 투자를 하는 것도 그렇고, 신용거래를 통해 빚을 내서 주식을 사는 것도 그렇다. 모두 역풍이 우려되고 있다. 무거워서 들지 못하는 큰 바위도 지렛대를 이용하면 쉽게 들어올릴 수 있다. 하지만 지렛대가 부러지면 큰 바위는 덩치만큼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현재 금융시장이 겪고 있는 어려움의 상당 부분이 과거 저금리 체제 아래서 공격적으로 레버리지를 높였던 데 따른 부작용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금융시장이 혼란스럽고 패닉 상태일수록, 공포감에 휘둘릴 필요까지는 없더라도 무리한 투자를 감행하는 것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지금은 물론이거니와 주가가 회복 국면을 맞더라도 무엇보다 위험관리에 기본을 둔 투자원칙을 고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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