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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계 '40代 독무대' 활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신세대들의 거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그 자리를 누가 메울까.30대들의 자기주장을 담은 TV드라마 『애인』이 인기를 끄는등 그 빈자리의 주인으로 30,40대가 「뜨고」있는 추세다.
이와는 달리 세태의 변화에 지극히 둔감한 연극계에서는 40대가 완전히 중심을 차지하며 선배들을 뒷전으로 앉히고 있다.연극을 이루는 연출.무대미술.의상.극작.연기등 전분야에서 고르게 40대들의 활약이 눈에 띄고 있기 때문이다.이같은 「40대기수론」의 핵심그룹은 연출가 집단.지난 16일 끝난 제20회 서울연극제에 등장한 연출가들의 얼굴을 보면 이 그룹의 독무대임을 알 수 있다.
공식참가작 12편중 극단 신시의 김상렬(54)씨와 30대인 권오성(극단 모시는 사람들)씨를 제외한 9명(한명 겹침)의 연출가가 모두 40대였다.손진책.김창화.심재찬.김광림.김동수.김민기.이윤택.박계배.김철리등.같은 또래인 윤호진. 한태숙.채윤일.채승훈.이상우.김아라등과 함께 이들은 우리 연극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성장했다.
「만년 현역」의 임영웅(산울림).오태석(목화).강영걸이 50,60대에도 왕성한 활동력을 보이고 있지만 이들의 막강 파워엔무색할 정도.최근 1~2년사이에 이뤄진 이런 변화를 이들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극단 서전의 박계배(41)씨는 『불혹이 넘으면 이미 타분야에서는 중견자리를 굳히게 마련』이라며 『정서적 일치점을 공유한 이들의 결집된 힘이 이젠 연극으로 표출돼야 할 때』라고 말했다. 무대미술과 의상.극작분야에서도 40대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무대미술의 윤정섭(연극원).이태섭(용인대)과 의상의 김현숙의 활약이 돋보인다.특히 에이콤의 『명성황후』를 통해 한복의 아름다움을 뮤지컬 의상으로 알맞게 재단해낸 김현숙은 인 력이 빈곤한 무대의상분야의 총아로 주목받고 있다.
극작에서는 차범석.윤대성.노경식등 원로작가군의 뒤를 이어 이강백.정복근.김광림.이만희가 문제작들을 만들고 있다.
타부문에 비해 40대의 활동이 허약한 곳이 바로 연기자그룹.
역할의 수요로 봐도 가장 쓰임새가 많은 나이지만 스타급 연기자들은 태부족한 편이어서 아쉽다.
남자연기자로는 유인촌.윤주상.김명곤.윤여성등이 연기파로 꼽히며 최형인.김성녀.윤석화등이 손숙.박정자.김금지.윤소정 「쿼테트」의 뒤를 잇는 40대 여성연기자들이다.
그러나 이런 세대적 공통분모를 토대로 이들이 연극의 경향을 어떻게 가꿔나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한때 방송PD로 외도하는등남다른 고민속에 연극무대를 지키고 있는 연출가 김철리(43)씨는 『중년은 제자리를 찾는 시기이자 또 하나의 모색기』라며 『조만간 새로운 연극의 흐름은 바로 40대의 의무감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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